덕아웃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던 선수가 은퇴했다. 2년 동안 성공적으로 주장을 맡았던 선수 역시 이제는 최고참 반열에 올라서며 완장을 내려놓을 때가 됐다. 롯데 자이언츠의 차기 리더이자 주장이 누가 맡을까.
2023년 롯데는 이대호(40)의 부재라는 가장 큰 변화를 안고 시즌을 시작한다. 이대호가 해외 무대에 도전하면서 잠시 부재의 시간이 있었지만 롯데의 정신적 지주와 리더는 언제나 이대호가 그 역할을 했다.
이대호가 한국에 복귀한 뒤 2017~2018년, 2년간 공식적인 주장 역할을 맡았다. 2019년에는 손아섭(34⋅NC), 민병헌(35⋅은퇴)이 각각 전반기와 후반기 주장을 맡았고 2020년까지 민병헌이 주장을 계속 맡았다. 그리고 2021년부터 올해까지 전준우(37)가 주장직을 맡으며 선수단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선수단을 이끌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막중하면서도 신경 쓸 일이 많다. 주장 완장의 무게를 감당하는 선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2019년만 해도 손아섭이 주장을 맡고 다소 부진했고 2020년 민병헌은 질병 이슈 등이 겹치며 제대로 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선수의 성향에 따라서 개인 성적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전준우는 부담을 이겨내고 선수단을 챙겼고 개인 성적도 좋았다. 이상적인 주장의 모습이었다. 주장을 맡기 전부터 구단 안팎에서 ‘주장감’이라는 수식어를 받았고 실제로 주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문제는 전준우 이후의 주장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구단 안팎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통상적으로 주장직의 기간은 최대 2시즌 정도다. 전준우는 2년을 채웠다. 내년에도 주장직을 계속 맡을 수 있지만 내년에 전준우는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개인 성적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시기다.
야수가 통상 주장을 맡는다고 가정하면 전준우 이후 주장을 맡을 수 있는 나이대 선수는 정훈(35)이 유력하다. 정훈 역시도 선수단 중고참으로서 팀 분위기를 이끄는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며 1군에 머물러야 하는 게 암묵적인 주장의 덕목이다. 다만 올해 정훈은 잦은 부상으로 91경기 타율 2할4푼5리(294타수 72안타) 3홈런 32타점 OPS .620의 기록을 남기는데 그쳤다. 그 외에 이적 3년차의 안치홍(32)도 팀에 적응했고 주장을 맡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다만 안치홍 역시 내년 시즌이 끝나면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야수들이 주로 주장을 맡지만 투수 중에서도 후보군을 꼽자면 나름 투수조장 역할을 맡았던 구승민(32), 김원중(29) 정도를 꼽을 수 있지만 실제로 주장 역할을 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라인업에서 이대호가 해냈던 성적을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이대호의 존재감을 채우는 것도 2023년 롯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