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허탈한 패배의 끝이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 남았다. 패장 인터뷰다. 서로가 달갑지 않은 작업이다. 심지어 잔인하다. 상처를 헤집고, 언짢은 기억을 떠올려야 한다. 가급적 짧은 게 좋다. 필요한 문답만 간단히 오간다.
이날도 마찬가지다. 빨리 보내주는 게 도리다. 질문은 3~4개 정도다. 그런데 첫번째 Q&A가 의외다. “경기 총평을 해달라”는 요청에 대한 설명이다.
"선발 요키시가 본인의 역할을 잘 해줬다. 최원태도 역할을 충분히 잘 해줬다. 8회 수비에서 나온 김휘집의 에러(실책)로 분위기가 많이 바뀐 것 같다. 김동혁의 공은 좋았는데, 라가레스에게 체인지업이 가운데로 몰리면서 실투가 됐다. 그게 직접적인 패인인 것 같다." (4일 고척돔, SSG-키움 한국시리즈 3차전. 홍원기 감독 경기 후 인터뷰)
다 좋다. 요키시나 최원태에 대한 평이야 뭐랄 게 없다. 하지만 실책에 대한 지적은 뜻밖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충분히 아웃시킬 타구였다. 어정쩡한 송구가 빌미였다. 이것 때문에 상황이 어려워졌다. 역전의 물꼬가 됐다.
게다가 게임이 게임이다. 막중한 3차전이다. 시리즈의 중요한 길목이었다. 살얼음판 리드가 종반에 뒤집혔다. 누누이 강조하던 수비에서의 실수였다. 4차전 이후는 악전고투가 불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의문이다. 과연 홍 감독의 멘트는 적절한가? 곱씹어 볼 문제다. 그 대목이 그렇게 결정적이었나? 냉정해지자. 겨우 1루를 허용했을 뿐이다. 어려워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패배와 직접 연결시키는 건 무리다. 그것 말고도 무수한 실수와 실투, 작전 미스, 선수 기용 실패 등이 지적될 수 있다. 스코어 2-8이었다. ‘흐름’이라는 건 추상적 개념일 뿐이다.
무엇보다 한참 시리즈 와중이다. 7번 중에 3번이 끝났다. 겨우 20살짜리 내야수다. 그런 식의 지적은 바람직할 리 없다. 내부적으로 얘기해도 충분할 일이다. 어차피 패배는 감독을 비롯한 팀 모두의 책임이다.
비단 홍 감독뿐만이 아니다. 1차전 때도 비슷했다. 아쉬운 부분을 묻는 질문에 김원형 감독의 대답이 이랬다.
“오랜만의 경기여서 야수들의 경기 감각이 좋지 않아 보이지 않은 실책이 있었다. 불펜에서는 특히 (노)경은이가 9회 선.두.타.자. 볼.넷.을 내준 것이 아쉽다. (중략) 잡을 수 있는 경기였는데 9회가 아쉽다. 오늘은 다른 것보다 볼.넷.이라고 생각한다. (중략) 타이밍적으로 노경은 교체는 적절했다고 본다. 다만 그 선.두.타.자. 볼.넷.이 상황을 안 좋게 만들었다.”
잠깐의 문답이었다. 거기서 무려 3번이나 같은 얘기가 반복된다. 노경은이 김태진에게 4구를 내준 장면이다. 이후 대타 전병우의 투런홈런으로 경기가 뒤집어졌다. (노경은은 2, 3차전에 등판하지 않았다.)
물론 만족스러운 패배는 없다. 아쉽고, 아프다. 안타깝고, 못마땅하다. 그런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설명까지 냉담할 필요는 없다. 팬이나, 해설/비평가처럼 제3자가 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단호하고, 직설적이지 않아도 그만이다. 대신 완곡하고, 부드러워야 한다. 가려주고, 보듬고, 다독여야 한다. 그게 감독의 언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