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투수 유망주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선수가 있다. 지난 2020년 2차 2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된 우완 한승주(21). 입단 첫 해부터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했고, 당시 해설위원으로 한화 캠프를 찾은 ‘국민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이 “불펜 투구를 보니 구위가 신인 같지 않다. 내가 먼저 악수를 하자고 말을 걸었다. 우리나라 에이스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응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U-23 야구 월드컵에서 한승주는 왜 한화 마운드의 미래인지 보여줬다. 대회 3경기(1선발) 9⅔이닝을 던지며 9피안타 1볼넷 8탈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1.45으로 호투했다. 예선 푸에르토리코전에서 선발 6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고, 결승 일본전에서도 구원으로 나서 2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한승주는 “국가대표는 처음이었다. 생각한 것보다 더 재미있고, 긴장감 있는 대회였다. 평소 느끼지 못한 에너지였다. 특히 일본전은 한일전이다 보니 공 하나하나에 온 힘을 다했다. 선수들 모두 이기려고 악착같이 하면서 실력도 늘었던 것 같다. 자신감도 생겼고, 좋은 경험하고 왔다”고 돌아봤다.
입단 첫 해 시즌 중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1년간 재활한 한승주에겐 올해 첫 풀타임 시즌이었다. 퓨처스리그 12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54이닝을 던지며 4승3패 평균자책점 4.50 탈삼진 34개를 기록했다. 볼넷은 10개로 9이닝당 1.7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승주는 “토미 존 수술이 성공 사례가 많아 쉽게 생각했는데 재활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지루한 것도 있고, 다시 공 던지는 과정에서 통증을 견뎌내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고, 몸이 받아들이는 데 2년이 걸렸다. 이제는 완전히 회복됐다”며 “풀시즌도 처음이었는데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컨디션을 잘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 퓨처스 최원호 감독님과 박정진·마일영 코치님이 관리를 잘해주셨다. 심적으로 어려울 때는 윤규진 코치님이 멘탈 코칭을 해주셔서 근심 걱정이 싹 없어졌다”고 말했다.
한 시즌을 풀로 치르며 고비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로 배운 것도 많았다. 한승주는 “투수 선배님들에게 많이 배웠다. 여름에 이민우 형이 가르쳐준 투심 패스트볼이 큰 터닝 포인트가 됐다. 직구 스피드가 안 좋은 날에도 휘어지는 투심이 있어 타자와 승부에 도움이 됐다”며 “몸 관리 방법은 장민재 선배님에게 배웠다. 경기 전 상대 분석과 준비는 김민우 형이 많이 가르쳐줬다”고 고마워했다.
9월 중순 1군 콜업 후 선발 기회도 잡았다. 지난 9월25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사구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선발로서 잠재력을 보여줬다. 기존에 던지는 슬라이더 외에 카운트 잡는 커브와 좌타자 상대 체인지업까지 던지며 구종 다양화도 이뤘다.
그때 당시 상대였던 두산의 사령탑이 시즌 후 바뀌었다. 2년 전 스프링캠프에서 그에게 극찬을 했던 이승엽 감독이 이제 적장이다. 한승주는 “엄청난 선배님이 칭찬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지만 아직 그 정도로 잘하지 못했다”며 “기회가 되면 두산전에 던지고 싶다. 이승엽 감독님의 눈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이승엽 감독이 보는 앞에서 던지는 건 2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 상무야구단에 지원한 한승주는 1차 서류 전형을 통과한 뒤 2차 실기 테스트를 거쳐 내달 1일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상무에 가게 되면 부산고 1년 선배 (이)상영이형처럼 많이 배워 성장하고 싶다. 안 되면 내년 시즌 준비 잘해서 팬 분들이 만족할 만한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