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의 가을이 손가락 물집 부상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
안우진은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30경기(196이닝)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224탈삼진을 기록하며 투수 2관왕(평균자책점, 탈삼진)을 차지했고 KBO리그 역대 단일시즌 최다탈삼진 2위에 올랐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안우진의 활약은 계속됐다. 4경기(20⅔이닝) 1승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며 투구수 88구만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이후 플레이오프까지 큰 문제 없이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또 탈이 났다. 안우진은 3회 손가락 물집이 터지면서 피를 흘리며 투구를 했고 결국 최정에게 홈런을 맞은 뒤 이닝을 마치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안우진은 경기 후 담담하게 “아직 정확한 상태를 모르겠다. 나도 던지고 싶은데 준비를 잘 해보겠다”라며 빨리 복귀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홍원기 감독은 “지난번 물집보다 더 심각한 것 같다. 상태를 지켜보겠다”라며 안우진의 부상을 우려했다.
안우진이 앞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안우진은 “굳은살 옆에 물집이 잡혔다. 그래서 손가락이 울퉁불퉁해진 상태다. 굳은 살을 갈아내고 물집이 회복되면 평평하게 돼서 금방 나을 수 있을 것 같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생겼던 물집과는 다른 곳에 또 물집이 생겼다. 물집에 굳은 살이 올라오면 평평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안그러면 튀어나와 있는 부분의 살이 또 들리면서 피가 날 수 있다”라고 회복 과정을 설명했다.
“야구공 실밥에 손가락을 문지르거나 두드리면 빨리 살이 올라오는 것 같다”라고 말한 안우진은 “단단한 물체에 계속 손가락을 두드리고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나만의 방법이다. 트레이닝 팀에서 골무 같은 것을 주셔서 최대한 물에 닿지 않게 보호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피클에 손가락을 담가두는 방법도 요키시가 말해줬는데 나는 오이를 싫어해서 싫다”라며 웃었다.
안우진은 큰 걱정이 없는 듯한 표정으로 빠른 회복을 기대했지만 앞으로 언제 등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홍원기 감독도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을 아꼈다.
4차전 선발등판이 유력했던 안우진이 부상을 당하면서 키움의 계획도 모두 어그러졌다. 3차전가지는 요키시라는 믿을만한 선발투수가 있지만 4차전부터는 완전한 미지의 영역이다. 홍원기 감독은 “4차전 선발투수 계획에 변화를 줘야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키움에 최고의 시나리오는 안우진이 빠르게 회복을 하고 가능하다면 4차전, 또는 5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마무리투수로 안우진을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수 있다.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고 가을야구 가장 높은 곳을 꿈꿨던 안우진은 손가락의 작은 부상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리그 최고의 에이스는 남은 시리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