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이 완전히 꽂힌 신인이 있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투수 김서현에 이어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뽑은 천안 북일고 내야수 문현빈(18)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드래프트 전부터 문현빈을 탐냈고, 지명이 확정된 후 크게 기뻐했다. 지난 1일부터 대전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문현빈을 직접 보고선 확신이 생겼다. 첫 날 훈련을 마친 뒤 수베로 감독은 “타격, 수비, 주루 다 되는 선수다. 문현빈을 꼭 지켜보라”며 콕 집어 말했다. 이틀 뒤에도 “문현빈이 단연 돋보인다. 또래보다 뛰어난 재능과 야구 지능을 갖고 있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대전 유천초등학교 2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우투좌타 내야수 문현빈은 어릴 때부터 지역에서 알아주는 유망주였다. 올해 고교리그 28경기 110타수 49안타 타율 4할4푼5리 3홈런 31타점 12도루 14볼넷 12삼진으로 활약했다. 주 포지션은 2루수이지만 유격수로도 가능하고, 2학년 때는 중견수까지 커버했다. 2루수 정은원, 유격수 하주석이 주전으로 있는 한화이지만 문현빈을 상위 순번에 뽑으며 미래 핵심 내야 자원으로 구상 중이다.
마무리캠프를 통해 프로에 첫발을 내딛은 문현빈은 “고교 때랑 느낌이 다르다. 진짜 한화 선수가 된 것 같다. 선배님들이 다들 반겨주셨다. 배울 것이 많다”며 “감독님께 칭찬도 들었는데 잘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 한다. 한화에 지명받았을 때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일찍 뽑혀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만큼 더 책임감을 갖고 좋은 선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도 문현빈에겐 큰 자극이 됐다. 그는 “가서 잘할 줄 알았는데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150km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많았는데 프로에선 더 빠른 공을 쳐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목표 같은 게 생겼다”며 눈빛을 반짝였다.
북일고는 물론 청소년대표팀에서도 문현빈을 주장을 맡았다. “야구밖에 모른다. 야구 아니면 죽을 선수”라는 이상군 북일고 감독의 말대로 승부 근성이 남다르다. 키는 173cm로 작지만 단단하다. 악바리 근성으로 똘똘 뭉쳤다. 북일고 1년 선배 박찬혁(키움)이 그에게 ‘돌멩이’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문현빈은 “주변에선 항상 ‘5cm만 더 컸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고교 1학년 때까지는 그런 말에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지금은 괜찮다. 야구를 하면서 키 때문에 문제될 건 없었다. 키가 작아서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프로필에는) 178cm로 나와있는데 실제로 173cm이다. 키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서 173cm로 알려져도 좋다”며 “승부욕이 강해서 근성이 좋다는 평가들이 나온 것 같다. 기분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 단점이라 생각했는데 스카우트 분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키는 작아도 어깨가 강하고, 펀치력도 꽤 있다. 지난 4월 이마트배 홈런상을 수상했다. 그는 “홈런을 치려고 하진 않는다. 내 장점인 배트 스피드로 강한 타구를 만들면 장타도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프로에서 상대해보고 싶은 투수로는 LG 마무리 고우석을 꼽았다. “TV로 봐도 정말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지신다. 직접 한 번 쳐보고 싶다”며 궁금해했다.
문현빈의 롤모델은 ‘양신’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다. 18년간 통산 타율 3할1푼6리 2318안타 351홈런 1389타점 1278볼넷으로 화려한 성적을 남긴 레전드. 하지만 문현빈의 눈에는 그런 숫자가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양준혁 선수가 항상 1루로 전력 질주하는 모습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 현역 때 직접 뛰는 건 보지 못했지만 나중에 영상으로 봤다. 은퇴하시는 날까지 전력 질주를 하시는 모습이 대단했다. 말로는 할 수 있어도 행동으로 계속 보여주기 힘든 것이다. 양준혁 선배님처럼 항상 전력 질주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프로 무대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로는 “한화 이글스 우승이다. 개인적으로는 한화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나타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