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한화의 슈퍼루키로 관심을 모으는 전체 1순위 김서현(18)의 보직은 불펜이 될 것 같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의 마음이 불펜 쪽으로 기울었다.
지난 1일 대전 마무리캠프에 합류한 김서현은 2일 롱토스를 소화했고, 3일 첫 불펜 피칭으로 25구를 던질 예정이었다. 수베로 감독 포함 코칭스태프가 보는 앞에서 첫 불펜 피칭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가벼운 감기 증세를 보였고, 보호 차원에서 다음으로 미뤘다.
김서현은 최근까지 서울고에서 가볍게 불펜 피칭을 하며 마무리캠프 합류를 준비했다. 지난해 이맘때 초고교급 투수로 주목받으며 한화에 합류했던 문동주(19)가 마무리캠프 때 공을 던지지 않고 체력 훈련 위주로 몸 만들기에 집중했던 것과는 다르다.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은 문동주와 몇 가지 다른 부분이 있다. 문동주가 선발투수로서 준비 과정을 거쳤다면 김서현은 지금 구원으로 보고 있다. 선발로 준비하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문동주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웠다”고 설명했다.
문동주의 경우 광주 진흥고 2학년 때 포지션을 바꿔 투수로서 몸이 완전히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지난해 9월 멕시코에서 치러진 U-23 야구 월드컵을 마친 뒤 의사로부터 3개월 휴식 소견을 받아 관리에 집중했다. 올해 스프링캠프도 1군이 아닌 2군에서 천천히 페이스 조절을 하면서 했다.
반면 김서현은 효제초 6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투수를 시작했다. 투수로서의 구력은 문동주보다 오래 됐다. 문동주가 전형적인 선발투수 유형이라면 김서현은 구원으로도 매력 있는 스타일. 스리쿼터, 사이드암으로 팔 각도를 자유자재로 하는 김서현은 투구 유형상 불펜이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선발로도 도전할 만하지만 즉시 전력으로 활용한다면 불펜 쪽이 어울린다. 김서현 스스로도 “어릴 때부터 구원으로 많이 던져 익숙하다. 팀이 승리할 때 뒤에서 확실하게 막아주는 불펜에 더 매력을 느낀다”며 선발보다 불펜을 선호하고 있다.
한화 팀 사정을 봐도 지금 상황에선 구원 김서현이 필요하다. 선발은 외국인 투수 2명을 제외하면 올해 로테이션을 돌았던 장민재, 김민우, 남지민, 그리고 내년 풀타임을 준비하는 문동주가 있다. 올 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경험을 쌓은 한승주, 김기중, 박준영, 이재민 등도 미래의 선발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다.
불펜은 올해 부침이 조금 있었다. 시즌 초반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 악재로 인해 과부하가 걸렸고, 시즌 중반부터 급격하게 흔들렸다. 좌완 김범수가 팀 역대 한 시즌 최다 27홀드를 기록하고, 군복무를 마친 박상원이 후반기 힘을 실어줬지만 확실한 불펜 에이스가 없었다. 최고 156km 강속구를 뿌리는 김서현이 불펜에 새 힘을 실어주면 한화 마운드의 상당한 전력 상승 요소가 될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김서현은 그동안 영상으로 계속 봤지만 직접 던지는 것은 못 봤다. 오늘 불펜 세션은 취소됐지만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에 조금씩 충족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김서현 포함해 신인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좋아 보인다. 오늘 신인 투수들(김관우·송성훈·박재규·천보웅)이 불펜 세션을 가졌는데 호세 로사도 코치가 ‘스트라이크 잘 던진다’고 칭찬하더라. 야수 쪽에서도 힘 있는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다. 문현빈이 단연 돋보이고, 유격수 이민준도 굉장히 좋게 봤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