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명의 KBO리그 출신 외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될까. 올해 최고액 외국인 선수(200만 달러, 약 28억 원)이자 4년차 장수 외국인 선수 반열에 오른 NC 다이노스 드류 루친스키(34)가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는 듯하다.
북미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은 지난 2일(이하 한국시간)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 나설 선수 랭킹 50위를 매쳐 발표했다. 카를로스 코레아, 트레이 터너, 댄스비 스완슨 등 유격수 3대장이 랭킹 1,2,3위를 차지했고 62홈런의 청정 홈런왕 애런 저지가 4위에 올랐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에이스였던 센가 고다이도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표명하며 18위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KBO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낯익은 이름도 포함됐다. 바로 NC 루친스키가 그 주인공. 루친스키는 디애슬레틱의 FA 랭킹에서 33위에 올랐다. 센가보다는 낮지만 투수들 중에서는 선발 투수 중에서는 코리 클루버(43위), 제이크 오도리지(44위), 앤드류 히니(47위), 후지나미 신타로(50위)보다 높은 순위에 자리했다.
루친스키는 2019년부터 NC에서 꾸준하게 리그 최정상급 활약을 펼쳤다. 통산 121경기 53승36패 평균자책점 3.06(732⅔이닝 249자책점) 657탈삼진의 성적을 남겼다. KBO리그에서는 다양한 구종에 구위와 제구까지 갖춘 완성형 투수로 성장했다. 올해도 루친스키는 10승12패 평균자책점 2.97(193⅔이닝 64자책점) 194탈삼진 34볼넷의 성적을 남겼다.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닝과 탈삼진은 KBO리그 데뷔 이후 최다였고 평균자책점은 처음으로 2점대를 찍었다.
이러한 활약이 메이저리그의 시선을 끌었을까. 매체는 ‘루친스키는 2014~2018년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마이애미 말린스를 전전했다. 드래프트가 되지 않은 자유계약선수 출신으로는 나름 훌륭한 결과였다’라고 그의 메이저리그 이력을 소개한 뒤 ‘한국에서 더 강해졌고 더 빠른 공을 던진다, 그리고 스플리터를 추가하면서 선발투수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할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탈바꿈했다’라며 KBO리그에서 발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루친스키의 자질을 설명했다. 매체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는 구원 투수로 92~94마일의 공을 던졌지만 한국에서는 94~96마일의 공을 던지게 됐다. 그의 주무기인 90마일대 초반의 커터와 평균 이상의 커브로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다’라며 ‘그는 KBO리그에서 4년 동안 4.1%의 타자들만 볼넷으로 내보냈고 거의 4분의 1 가량의 타자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21경기 등판했고 177이닝 이하를 던진 시즌은 없었다’라고 그의 발전된 부분과 강점을 소개했다.
그리고 상위리그로 향하는 위험부담이 있지만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액으로 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매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평균적인 선발 투수의 기록으로 보이겠지만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오는 어떤 선발 투수들도 리스크를 안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KBO리그보다 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라면서도 ‘루친스키가 선발로 생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팀이라면 2년 1600만 달러~1800만 달러(약 227억 원~약 255억 원)에서 3년 2000만 달러~2200만 달러(약 284억 원~약 312억 원) 수준의 계약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지만 구위가 상승했고 꾸준한 면모를 과시한 게 높은 점수를 받은 모양새다. 최근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역수출’된 외국인 선수들과 비교해봐도 후한 계약 조건이다. 2018년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2+2년 최대 1450만 달러(약 206억 원) 계약을 맺었다. 2년 보장 550만 달러였고 2년 구단 옵션이 모두 발동되며 최대로 계약을 보장 받았다. 올해 초에는 2+1년 최대 2400만 달러(약 341억 원) 계약까지 맺었다. 2019년에는 MVP 출신 조쉬 린드블럼이 밀워키 브루워스와 3년 91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채우면 최대 18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2020년 시즌이 끝나고는 역시 두산 출신 크리스 플렉센이 시애틀 매리너스와 2년 보장 475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년 간 이닝에 걸린 베스팅 옵션을 모두 채우면서 내년 800만 달러 계약까지 따낸 상태다.
메이저리그는 모든 선수들의 꿈의 무대다. 루친스키는 메이저리그에서 불과 41경기 밖에 뛰지 못했고 대부분 불펜 투수였다. 선발 투수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다시 밟아보는 꿈을 선수라면 당연히 숨기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제의가 온다면 루친스키의 의사가 중요한 상황이다. 반면, 재계약이 절실한 NC 입장에서는 루친스키가 떠날 경우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해야 하는 위기에 놓인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