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왕조의 추억' 인천 찾은 김성근 전 감독, 한국야구 향한 쓴소리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2.11.03 03: 50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2차전을 벌인 날, 김성근(80) 전 SK 와이번스 감독이 야구장을 찾아 옛 제자들이 뛰는 것을 지켜봤다. 그리고 쓴소리도 건넸다.
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는 SSG와 키움이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키움 히어로즈와 2차전을 치렀다. 경기 결과는 SSG의 6-1 승리로 끝났다. 1차전은 키움이 7-6으로 승리를 거둔 상황이라 시리즈는 1-1 원점이 됐다.
두 팀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본 인물이 있다. 인천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한국시리즈 우승만 3번 이끈 김 감독이었다. 당초 김 감독은 이날 시구자로 초청받았지만 최근 이태원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경기 관람만 하게 됐다. KBO는 한국시리즈 1~4차전 모두 시구를 취소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22.11.02 / foto0307@osen.co.kr

랜더스필드 3층에 있는 스카이박스에서 경기를 보던 김 감독은 3회말이 끝나고 잠시 취재진을 만나 근황을 전하고 옛 제자들의 경기를 본 소감을 말했다.
김 감독은 “1차전은 어제(1일) 집에서 봤다”며 “오늘은 높은 곳에서 보니 야구가 새롭다. 덕아웃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위에서 보니 편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강민이 많이 늙었고 살도 쪘더라. 41세(한국 나이)인데 흥미로웠다. 우리는 그런 선수를 많이 남게 해야 한다. 자꾸 바꾸니 수준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김 감독은 “지도자로서 가르쳤던 선수가 좋아지고 성장했을 때에는 기분이 좋다”며 “어제 김강민의 홈런을 보고 기분이 좋았다. 쌩쌩할 때도 못 치던 홈런이다. 어제는 깔끔하게 쳤다”며 흐뭇해했다.
경기종료 후 SSG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2022.11.02 / soul1014@osen.co.kr
1차전에서 선발 등판한 김광현에 대해서는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당시 김광현은 신인이었다. 부담감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 어제는 이겨야겠다는 의욕이 앞서면서 서두르는 것 같았다. 피치를 너무 올려서 지친 듯했다"고 제자의 투구에 쓴소리도 남겼다.
김광현 뿐만이 아니다. 한국 야구를 이끌어야 할 선수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말도 남겼다. 김 감독은 “나오는 투수 모두 자신 있게 삼진을 잡을 수 있는 공이 없는 것 같았다”라고 했다. 승부구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확실한 승부구를 가진 선수가 없다. 포크볼을 던진다고 하면, 말 그대로 던질 줄 아는 것이지 포크볼로 삼진을 확실히 잡아낼 수 있다고 할 선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타자들도 김 감독의 쓴소리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 감독은 “타자들도 ‘이 공은 무조건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수비에서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1차전은 한국야구의 미래에 물음표를 남긴 경기였다. 개인의 모습은 보였지만 팀으로서 찬스를 이어가려는 모습은 부족한 듯싶다. 여기서 뭘 느끼고 어떻게 할지 지도자들이 모두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일침을 남겼다.
김 감독은 SSG 전신인 SK 지휘봉을 지난 2007년 잡았다. 2007년, 2008년 2시즌 연속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2010년 다시 한번 통합 우승을 이끌며 ‘SK 왕조’ 시절을 만들었다.
현재 SSG에는 당시 김 감독의 제자들이었던 김원형 감독을 비롯해 조웅천 투수 코치, 조동화 수비 코치, 이진영 타격 코치가 있다. 현역 중에는 김강민과 김광현, 최정, 이재원 등 있다.
김 감독은 한화 이글스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코치를 지내다 현장을 떠났다. 아직 추후 국내 일정은 없다. 그사이 옛 제자들이 가르치고, 뛰는 경기를 보며 아낌없이 조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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