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올스타 2회에 선정된 호세 로사도(48) 한화 투수코치는 지난 2002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캔자스시티 로열스에 지명된 ‘특급 유망주’ 잭 그레인키(39)를 잊지 못한다.
로사도 코치는 “당시 불펜에서 본 그레인키의 공이 대단했다. 패스트볼도 좋았지만 슬라이더나 다른 변화구도 예사롭지 않았다. ‘이 선수는 뭔가 다르다. 보통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떠올렸다.
그레인키는 2004년 빅리그 데뷔 후 올해까지 19시즌 통산 556경기 3247이닝을 던지며 223승14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42 탈삼진 2882개를 기록 중이다. 2009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받으며 올스타 6회, 평균자책점 타이틀 2회 경력을 자랑한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도 유력하다.
20년 전 그레인키를 보며 떠올린 감정을 로사도 코치가 한국에서도 느꼈다. 한화 파이어볼러 문동주(19)를 보면서 그레인키를 떠올린 것이다. 로사도 코치는 “미국에서도 18~19살 나이에 문동주처럼 퀄리티 좋은 구종들을 갖고 있는 투수는 드물다. 그 좋은 공들을 스트라이크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미국에서도 정말 보기 드문 재능이다”고 말했다.
올해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문동주는 첫 해부터 자신이 왜 특급 유망주인지 어느 정도 보여줬다. 올해 1군 13경기(28⅔이닝)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5로 성적 자체는 눈에 띄지 않지만, 부상을 딛고 9월 마지막 3경기에서 선발로 보여준 퍼포먼스가 엄청났다. 3경기 모두 5이닝씩 던지며 15이닝 20탈삼진으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했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투구폼에서 최고 158km, 평균 151km 직구 위력이 엄청났다. 뿐만 아니라 낙차 큰 커브와 예리한 슬라이더 등 변화구의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아직 손에 익지 않았지만 대선배 정우람에게 배운 체인지업을 실전에서 바로 쓰는 담대함까지 지녔다.
로사도 코치는 “문동주의 커브는 지금 당장 봐도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준이다.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만으로도 1군에서 통할 수 있음을 보여줬지만 체인지업도 연마 중이다. 타자의 헛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체인지업을 장착하면 한 단계 더 레벨이 오를 수 있다”면서 “게임 플랜을 준비하고 루틴을 이행하는 과정들을 보면 문동주는 자기 자신을 잘 안다. 스스로 감정을 제어할 줄도 안다. 한국 야구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줄 선수가 나왔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문동주는 지난달 시즌 종료 후 KBO 교육리그를 통해 3차례 실전 등판을 추가로 가졌다. 첫 경기였던 10월14일 고양 히어로즈전에서 타구에 다리를 맞고 0⅔이닝 21구 만에 강판되는 아찔한 상황도 있었지만 크게 다치진 않았다. 이어 22일 서산 LG전 4이닝 82구 5탈삼진 2실점, 28일 사직 롯데전 5이닝 91구 5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최고 154~155km 강속구를 뿌렸다. 교육리그 일정을 끝마친 가운데 당분간 서산에서 회복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