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은 충분히 확보했다. 이 실탄이 어떤 용도로 쓰일 지도 모두가 알고 있다. 과연 롯데는 190억 원이라는 투자 자금을 갖고 누구를 영입 대상으로 점찍었을까.
롯데 그룹은 유례없는 야구단 지원 소식을 알렸다. 지난달 27일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에 190억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다고 공시했다. 모그룹이 야구단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FA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움직이겠다는 선전포고이기도 했다. 박세웅의 5년 90억 원 다년계약은 신호탄이었다.
유상증자로 받은 190억 원 전부가 선수 영입에 쓰이지는 않을 터. 김해 상동구장 인조잔디 교체와 그라운드 정비 작업에도 적지 않은 투자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룹에서 지원 받은 금액으로 FA 시장에 나서서 어떤 선수를 점찍고 영입 경쟁에 참전할지 관심이 쏠리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보강해야 할 포지션은 확실하다. 포수와 유격수다. 팀 전력의 중심이자 뼈대를 구성하는 센터라인을 재편하고 재건해야 하는 게 이번 오프시즌 롯데의 최대 과제다. ’스탯티즈’ 기준 포지션별 WAR(대체선수 승리기여) 수치에서 포수 -0.94, 유격수 -1.03으로 모두 최하위였고 리그에서 유일하게 음수였다. 팀 전력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다. 땀 흘린 선수들에게는 유감스럽지만, 리그에서 전혀 경쟁력 없는 포지션이 롯데의 포수와 유격수였다.
FA 시장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보강이 필요하다. 때마침 포수와 유격수 자리에 적당하고 알맞은 매물들이 나온다. 전력을 단숨에 배가시킬 수 있다.
양의지(35), 박동원(32), 유강남(30) 등 포수 FA 3대장은 현재 가장 뜨거운 매물이다.원 소속구단들인 NC, KIA, LG는 당연히 이들을 잔류시키려고 할 터. 만약 다른 팀으로 이적한다면 이들 가운데서 연쇄 이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의지는 4년 전 125억 계약을 맺었고 다시 한 번 100억대 계약을 노린다. 최대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리그 최정상급 타격 능력에 더해 포수 리드와 강한 송구 능력, 선수단을 이끄는 리더십 모두 뛰어나다. 하지만 이제 30대 후반으로 향하는 나이와 그와 함께 수반되는 블로킹 등 운동능력의 저하는 우려스럽다다. 그럼에도 양의지는 롯데를 비롯한 모든 구단의 포수 전력은 물론 타선과 투수진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수다. 두산과 NC에서 모두 증명했다. 무엇보다 B등급 FA로 이적시 제약이 적다.
박동원은 일발 장타력에 블로킹, 송구 능력 등 포수가 갖춰야 할 강점을 모두 지니고 있다. 나이도 적당하다. 첫 번째 FA 자격을 취득했다. 확실한 강점이 있는만큼 KIA도 신인 지명권까지 포기하면서 영입했다. 하지만 여전히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다. 양의지만큼 검증된 포수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박동원은 인기 많은 매물임에 틀림없다.
유강남은 포수 FA들 가운데 가장 젊다. 그리고 부상 없이 꾸준히 경기에 나선 금강불괴다. 최근 3년 간 포수 중 최다인 2979이닝을 소화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경험을 쌓으며 비교적 빠른 나이에 첫 FA 자격을 취득했다. 프레이밍과 안정감은 리그 최정상급이다. 가장 큰 구장인 잠실구장에서도 두 자릿수 홈런을 칠 수 있는 장타력이 있다. 다만 2018년 OPS .860으로 최고점을 찍은 다음 매년 타격 성적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리스크로 다가온다.
유격수 자원 중 롯데가 관심 가질 자원은 노진혁(33), 김상수(32)가 있다. 똑같이 유격수 포지션 보강이 필요한 KT 위즈와 경쟁은 불가피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학주를 트레이드로 영입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결국 FA 시장에서 다시금 보강을 꾀해야 한다. 노진혁은 20홈런을 때릴 수 있는 거포형 유격수다. 유격수로 건실한 수비력을 갖고 있다. 다만 고질적인 허리 부상으로 풀타임 유격수를 소화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도 후반기에는 3루수 출장 빈도가 많았다.
김상수는 삼성의 왕조 시절 유격수로 커리어를 쌓았다. 이학주의 삼성 시절 2루수로 전환을 했지만 올해 다시 유격수로 전환해서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빠른 발과 준수한 타격 능력, 작전 수행 능력 등 유격수 포지션에서 롯데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다.
롯데의 시장 참전이 확실시 되면서 영입전은 일찌감치 달아오르고 있다. 롯데는 경쟁 대열의 중심에 있기를 바란다. 어떻게든 영입이 이뤄진다고 가정을 한다면 과연 롯데는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 가장 좋을 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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