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양키스에서 등번호 51번이 영구 결번된 특급 중견수 출신이자 재즈 기타리스트로 활동 중인 버니 윌리엄스(54)가 애런 저지(30)의 잔류를 희망하고 나섰다.
지난 31일 미국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윌리엄스는 “저지는 야구 역사상 가장 놀랍고 완벽한 시즌 중 하나를 보냈다. 연장 계약하지 않고 스스로 베팅을 하는 결정으로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끝에 FA 권리를 얻었다. 앞으로 그가 수년간 뛰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며 “난 저지가 평생 양키스에 남길 진심으로 바란다. 서먼 먼슨, 론 기드리, 윌리 랜돌프, 돈 매팅리, 데릭 지터 같은 위대한 양키스 캡틴의 발자취를 따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키스는 지난 2014년을 끝으로 지터가 은퇴한 뒤 주장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있다. 양키스 투수 네스터 코르테스는 지난달 챔피언십시리즈 기간 중 “저지는 양키스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 팀에 남는다면 내년에 주장이 될 것이다. 모두가 그를 따른다. 항상 모범적이며 훌륭한 사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 1루수 앤서니 리조도 “저지는 그에게 합당한 금액뿐만 아니라 주장 타이틀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양키스는 지금까지 15명의 선수만이 주장을 맡았다. 클락 그리핀(1903~1905), 키드 엘버펠드(1906~1907), 윌리 킬러(1908~1909), 할 체이스(1910~1912), 프랭크 챈스(1913), 로저 페킨포프(1914~1921), 베이브 루스(1922), 에버렛 스캇(1922~1925), 루 게릭(1935~1939), 먼슨(1976~1979), 그레이그 네틀스(1982~1984), 기드리, 랜돌프(이상 1986~1988), 매팅리(1991~1995), 지터(2003~2014) 순이다.
이 중에서 6명의 선수들이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메이저리그 최다 27회 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팀답게 팀을 넘어 리그를 대표한 선수들이 주장을 맡아왔다. 저지라면 지터 이후로 끊긴 양키스 캡틴이 될 만한 실력과 인성을 두루 갖췄다. 한 팀에서 오래 뛰는 원클럽맨이 갈수록 사라지는 시대. 만약 저지가 이적한다면 양키스에서 주장을 맡을 선수가 언제 또 나올지 모른다.
저지는 올해 4월 개막을 앞두고 양키스와 연장 계약 협상이 결렬됐다. 당시 양키스가 7년 2억1350만 달러를 제시했지만 저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FA를 예고하고 시즌에 나선 저지는 157경기 타율 3할1푼1리 62홈런 131타점 OPS 1.111로 몬스터 시즌을 보냈다. 약물과 무관한 타자로는 역대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우며 FA 가치도 크게 상승했다.
고향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또 다른 명문팀 LA 다저스에서 저지에게 관심을 보여 양키스 잔류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하지만 내년 시즌 양키스가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저지의 잔류가 필수적이다. 양키스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한 뒤 디비전시리즈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3승2패로 꺾었으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4전 전패로 졌다. 지난 2009년 우승을 끝으로 13년째 월드시리즈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현역 선수 시절 1991~2006년 양키스에서만 16년을 뛰며 통산 타율 2할9푼7리 2336안타 287홈런 1257타점 OPS .858을 기록, 올스타 5번에 골드글러브 4번을 받으며 월드시리즈 우승 4번을 경험한 윌리엄스는 “올해 양키스는 99승으로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시즌 초반에는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총 125승을 거둔 1998년 양키스와 비교되기도 했다. 그러나 DJ 르메이휴, 앤드류 베닌텐디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이 팀을 무너뜨렸고, 불펜도 극복해야 할 게 많았다”며 “양키스가 팀에 가장 필요한 것을 찾아 내년 시즌 다시 월드시리즈 우승에 도전할 만한 팀으로 만들 것이라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