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이 현역 은퇴 후 지도자의 길을 걷는 대신 방송계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그라운드를 종횡무진하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화려한 입담을 과시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들은 '코치보다 스트레스는 덜 받고 수입은 더 좋다'고 입을 모은다.
은퇴 후 왕성하게 방송 활동을 이어가는 수도권 타자 출신 A는 "현장에 복귀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현재 수입에 비하면 코치 연봉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방송계에 뛰어든 모 선수도 전 소속 구단으로부터 코치직을 제안받았으나 단번에 거절했다. 이게 요즘 분위기"라고 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지방 모 구단 투수 출신 B는 최근 야구부 선배로부터 '딴따라가 됐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에게 현장 복귀 의사를 묻자 "내가 뛰었던 팀에서 코치를 하는 건 명예로운 일이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분명히 다르다. 코치 연봉으로는 애들 못 키운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대표팀 타자 출신 C의 생각도 별반 차이는 없었다. 그는 "FA 계약을 통해 큰돈을 벌어놓은 선수라면 여유 있게 방송에 나갈 수 있겠지만 대부분 생계형에 가깝다"면서 "코치는 과도한 업무량과 스트레스에 비해 수입은 턱없이 부족하다. 방송 활동과 코치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 지 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야구인들의 방송 진출이 늘어난 반면 코치들의 처우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업무 강도에 비해 많지 않은 수입과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을 달고 사는 코치들이 대다수다. 감독, 코치, 선수 모두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코치의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을 것이다.
엄청난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지만 처우는 열악한 편이다. 계약금을 받고 다년 계약을 맺는 감독들과 달리 1년 계약을 맺는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불안한 신분이기에 한해 한해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야구인들의 방송계 진출 러시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수도권 모 구단 D 코치는 "코치를 처음 시작할 때 최고 연봉이 5000만원이다. 일반적으로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고 하면 적지 않은 액수라고 여길 수 있겠지만 코치는 일반 회사원과 달리 언제 잘릴지 모르고 퇴직금도 없다"고 했다.
또 다른 E 코치는 "1년 차 코치 연봉이 최소 7000만원까지 인상돼야 한다. 일반 코치 평균 연봉이 1억원 수준은 돼야 하는데 지금 연봉은 너무나 낮은 편"이라고 아쉬워했다.
양지가 눈부실수록 음지는 더 어두워 보인다. 은퇴 선수들이 많은 돈을 받으며 예능계를 누비고 있지만 코치들은 여전히 '파리 목숨' 신세다.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 있다.
코치에 대한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누가 지도자의 길을 걷겠는가. 열악한 현실 속에서 좋은 선수를 키워내길 바라는 건 어불성설에 가깝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