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우타 거포’ 신성현(32·두산)이 올해만큼은 만년 기대주에서 벗어나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을까. 신성현에게 1년 더 기회를 준 이승엽 감독은 부활 조건으로 선수의 독한 마음가짐을 꼽았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일주일 전 재계약의 갈림길에 선 신성현의 현역 연장 소식을 전했다. 신성현과 면담을 진행한 이 감독은 “그만두더라도 납득하고 그만두라고 했다. 등 떠밀려서 그만두면 평생 후회한다”라며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경기를 하면 의외로 집중력이 생기고 더 좋아질 수 있다. 그래서 해보라고 했다. 어떤 활약을 할지 모르겠지만 더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신성현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덕수중을 졸업하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 교토국제고로 향한 뒤 2008년 10월 일본프로야구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에서 히로시마 도요 카프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데뷔 없이 2군을 전전하다가 방출됐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프로의 꿈을 이어갔다.
신성현은 2015 한화 육성선수로 KBO리그의 일원이 됐다. 이후 2017년 트레이드를 통해 두산과 인연을 맺었지만 좀처럼 잠재력을 터트리지 못하며 ‘만년 유망주’, ‘미완의 장타자’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매년 타율이 1할대에 머물렀고, 올해의 경우 17경기 타율이 8푼7리에 그치며 현역 생활이 위태롭기도 했다.
신임 사령탑은 그런 신성현에게 왜 1년의 기회를 더 부여한 것일까.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이 감독은 “신성현은 워낙 좋은 걸 갖고 있는 선수다. 체력도 타고났고, 힘도 좋다”라며 “한화 시절부터 보면 늘 갖고 있는 것보다 성적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함께 연습을 해보니 조금만 변화를 주면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재료를 잘 써야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감독과 고토 고지 타격코치는 이번 마무리캠프서 신성현 부활 프로젝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감독이 직접 선수에게 공을 던져주며 올바른 타격 방법과 훈련을 주문하는 장면이 구단 공식 유튜브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신성현은 강한 체력과 힘을 바탕으로 사령탑이 지시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며 내년 시즌을 기대케 했다.
국민타자는 만년 유망주의 부활 조건으로 독한 마음가짐을 꼽았다. 이 감독은 “신성현은 오래된 선수다. 계속 가능성만 보이다가는 많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뺏겨 설 곳이 없어질 수 있다”라며 “그래서 독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성공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지금 시기가 굉장히 중요하다. 연습량, 연습 방법이 따라 내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났지만 신성현은 여전히 좌타자가 풍부한 두산에 매력적인 우타자 자원이다. 퓨처스리그서 주 포지션인 3루수, 1루수 외에 외야 수비까지 연습하며 포지션 옵션도 늘려놓은 상태. 여기에 내년 시즌은 대한민국 최고의 4번타자였던 이 감독과 2018년 팀 타율 1위를 이끌었던 고토 코치가 그의 타격을 전면 개조할 계획이다. 미완의 우타 거포가 잠재력을 터트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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