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앞두고 키움을 5강 후보로 꼽은 전문가는 없었다. 하지만 키움은 보란 듯이 파란을 일으켰다. KT와 LG를 차례로 격파하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키움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삼성, 넥센, 롯데, SK에서 뛰면서 통산 1241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9푼8리(3905타수 1162안타) 127홈런 678타점 481득점을 거둔 채태인(40) 부산 센텀중학교 타격 인스트럭터는 "키움이 왜 잘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무작정 훈련량을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고 주장했다.
채태인은 "키움의 선수단 분위기와 훈련 스타일만 놓고 왜 잘하는지 이야기한다면 선수들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예를 들어 경기 전 선수들 스스로 경기 준비를 한다. 경기할 때 최상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해 가볍게 몸을 푸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키움 코치들은 선수들이 진정 원하고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한다. 선수들에게 이래라저래라 강요하지 않는다. 젊은 선수들과 진정한 소통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키움의 경우 선수들이 먼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린다. 저도 처음 갔을 때 코치들이 아무런 이야기 안 하는 게 낯설었다. 선수 스스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어야 조언을 해도 통한다.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말해봤자 잔소리밖에 안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 채태인은 "(이)택근이 형, (유)한준이 형, (박)병호 등 좋은 선배들을 보고 배우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열심히 하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채태인은 또 "그렇다고 무작정 쉬는 건 아니다. 각자 알아서 한다. 이정후와 김혜성이 프로에 처음 왔을 때 모습을 기억하는가. 지금은 몸이 엄청 좋아졌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라며 "스프링 캠프 때 오후 1시면 팀 훈련이 끝난다. 선수 스스로 불안해서 알아서 한다. 선수가 스스로 하게끔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무작정 훈련하는 건 노동에 불과하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저도 이적 후 되게 부지런해졌다. 알아서 안 하면 스스로 불안해진다. 자신만의 루틴에 따라 알아서 한다"면서 "이정후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도 또 다른 누군가가 나오는 팀이 키움이다. TV 중계 화면에 잡히는 선수들의 표정을 봐도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말했다.
채태인은 "키움이 올 시즌 전문가 예상에서 5강에 포함되지 못했는데 어떻게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을까. 5강에 진출하지 못했다고 무작정 훈련량만 늘릴 게 아니라 팀 연봉 9위에 불과한 키움이 왜 잘하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