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에서 차기 주전 유격수로 언급한 안재석(20·두산)이 이를 악물었다. 각종 시행착오를 겪은 지난 2년을 뒤로하고 내년 시즌에는 반드시 ‘포스트 김재호’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활약을 선보이겠다는 각오다.
서울고 출신의 안재석은 2021 신인드래프트서 김재호(2004년) 이후 17년 만에 두산이 1차 지명한 내야수다. 입단 당시 ‘제2의 김재호’로 불리며 많은 스포트라이트틀 받았고,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로 향해 ‘롤모델’ 김재호에게 직접 수비 지도를 받았다. 캠프서 탄탄한 기량을 선보이며 데뷔 시즌을 기대케 했는데 첫해 96경기 타율 2할5푼5리 2홈런 14타점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극심한 2년차 징크스에 시달렸다. 4월 중순만 해도 타율이 3할6푼4리까지 치솟았지만 5월 월간 타율 1할8푼을 시작으로 타격 슬럼프가 장기화됐다. 여기에 수비에서도 각종 시행착오 속에 실책 15개를 범했다. 9월 2일 롯데전을 끝으로 1군에서 자취를 감춘 안재석은 99경기 타율 2할1푼3리 3홈런 17타점의 아쉬움 속에 2년차를 마무리했다. 부진과 더불어 손목 부상이 그의 앞길을 막았다.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안재석은 “올해는 2년차 징크스라고 볼 수 없다. 그냥 실력이 떨어졌다. 신인 때 멋모르고 했다면 올해는 야구가 안 될 때 딜레마에 빠졌다”라며 “다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3년차 시즌에는 발전된 기량과 함께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한 시즌을 리뷰했다.
시즌을 조기에 마친 안재석은 2군에서 두 달 동안 수비 훈련에 매진했다. 손목 부상으로 타격 훈련은 어려웠지만 대신 수비에 모든 체력을 쏟아 부으며 약점을 보완하려 했다. 안재석은 “9월 말소 이후 할 수 있는 게 수비밖에 없었다. 오전, 오후, 야간, 엑스트라 훈련 모두 수비만 했다. 이제는 기계처럼 움직인다”라며 “수비는 한 만큼 발전한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걸 느꼈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하면 내년에는 괜찮을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그런 가운데 이승엽 신임 감독은 취임식에서 2023시즌 주전 유격수 후보로 안재석을 콕 찝어 언급했다. 이 감독은 “충분히 대스타로 갈 수 있는 자질이 보였다.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갈 수 있고,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할 선수라고 본다. 아직까지 잠재력이 터지지 않았다”라고 높게 평가하며 “안재석을 조금 더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 그리고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만들고 싶다”라고 그를 직접 주전 유격수로 육성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를 들은 안재석은 “감독님은 해설위원 시절부터 날 좋게 보셨다. 레전드 타자가 관심 있게 봐주시니 기분이 좋았다. 또 취임식에서 날 첫 번째로 이야기해주신 것도 좋았다”라고 웃으며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훈련이 힘들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내년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반드시 잡도록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안재석은 타격과 관련해서도 이 감독에게 많은 조언을 구할 계획이다. 그는 “감독님의 타격의 교본이다.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던 선배님이 감독님으로 오셔서 새로웠고 해설위원 하실 때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이제 직접 배울 수 있어 좋다”라며 “부임하시고 잠깐 면담했을 때도 배팅과 관련해 조언을 구했는데 엄청 도움이 됐다”라고 설렘을 표현했다.
두산은 부동의 주전 유격수였던 김재호가 내년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물론 내년 성적을 바탕으로 거취가 결정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은퇴가 유력해 보인다. 따라서 안재석이 내년 시즌 어떻게든 김재호의 뒤를 잇는 주전 유격수로 성장해야 한다.
안재석은 “이제는 뒤 없이 야구를 해야 한다. 어떻게든 주전 자리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아마 내년은 데뷔하고 가장 절실한 시즌이 될 것 같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해 다시 신인 시절의 패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