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삼성)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많이 배웠던 한 해였다.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며 지난해 커리어 하이 달성이 우연이 아니었다는 걸 조금이나마 증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데뷔 첫 10승 달성은 물론 개인 한 시즌 최다승(14승 7패)을 거두며 2019년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왼쪽 옆구리 통증과 타구에 왼종아리를 맞는 악재를 겪었으나 10승 8패(평균자책점 3.92)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는 "2년 연속에 불과하지만 '10승 투수'라는 타이틀이 쉽게 붙는 건 아니다. 올해 이어나가지 못했다면 내년에 의문점이 생겼을 텐데 10승 하면서 내년에도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됐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원태인은 또 "전반기에 구위도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고 경기력 기복도 있었다. 또 넘어가야 할 위기를 제대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스스로 위축됐다.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그는 "후반기를 앞두고 마음먹은 게 맞더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고 맞고 절대 볼넷 2개 이상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던졌다. 후반기 들어 볼넷이 확 줄어들었다. 누가 나오든 피하지 않고 승부하면서 박진만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시고 야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득점 지원을 받으며 10승 달성이 가능했다. 내년에 공격적인 투구를 하되 제구에 더 신경 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올 시즌 최고 152km를 찍으며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운 원태인은 "구속 향상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해마다 조금씩 구속이 오르지만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지만 향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지만 변화를 시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원태인은 12월부터 한 달간 타 구단 선수들과 함께 미국 마이애미에서 몸을 만들 계획이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하는지 배우고 싶다. 좋다고 해서 가보는 거다. 누구랑 가는지 밝힐 수 없지만 타 구단 선수들과 함께 간다"고 씩 웃었다.
지난해 도쿄 올림픽 대표팀에 발탁됐던 그는 태극마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꼭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국가대표는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아 못 갈거라 생각하는데 WBC에 꼭 가보고 싶다. 내년에 못 가더라도 더 성장해서 다음 대회에 꼭 가보고 싶다. 아시안게임은 개인적으로 중요하겠지만 WBC는 야구 대축제 아닌가. 참가 명단을 보니 정말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나오더라. 내년이 아니더라도 가서 많이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강)민호 형도 '야구하면서 꼭 한 번 가봐야 한다. 대우와 시설 등 모든 게 차원이 다르다'고 하셨다".
원태인의 피칭 레퍼토리는 다양하다. 구종 추가보다 자신의 주무기를 더욱 강력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그는 "제가 슬라이더가 좋아지면서 경기할 때 슬라이더를 많이 던졌다. 좋은 구종을 던지는 게 맞지만 훈련할 때도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았다. 스스로 안주했다고 할까. 이 자리를 통해 체인지업에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체인지업이 좋다고 해서 안 던지다 보니 감각이 무뎌졌다. 원래 10개 던지면 8,9개 스트라이크가 들어갔는데 점점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후반기 연습을 많이 했는데 캠프 가서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내년 목표를 물었다. 올해보다 퀄리티스타트를 많이 달성하고 평균자책점을 낮추고 싶다고 했다. 그는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4일 KT전에서 5이닝 11피안타 1볼넷 6탈삼진 7실점으로 무너진 게 아쉽단다.
"마지막 경기가 많이 아쉽다. 이강철 감독님이 보고 계셔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 원래 KT전에서 잘 던져 자신감을 가지고 들어갔는데 (WBC 대표팀을 이끄는) 이강철 감독님이 보고 계셔서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시즌 막판에 힘이 떨어진 상태에서 힘을 많이 써서 역효과가 난 것 같다. 그 경기가 아쉽다".
원태인은 또 "평균자책점 3.50으로 시즌을 마쳤다면 만족했을 텐데 그게 아쉽다. 올해 퀄리티스타트를 11차례 달성했는데 퀄리티스타트 플러스가 10회였다. 모 아니면 도였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도 좋지만 꾸준하게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는 투수가 되고 싶다. 지난해 최고 기록인 15회를 넘어서고 싶다"고 밝혔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