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투수 고봉재(29)가 두산 방출 1년 만에 다시 두산에 입단하며 극적으로 현역을 연장했다. 1년의 시간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산은 지난 29일 고봉재와의 육성선수 계약 소식을 전했다. 고봉재는 최근 이천 두산베어스파크에서 진행된 입단테스트에 합격하며 조선명, 이정원(신인), 이기석(신인) 등과 함께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고봉재는 두산 팬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경남고-호원대를 나와 2016 두산 2차 3라운드 25순위로 입단해 5년 동안 잠실과 이천을 오갔기 때문이다. 신인 시절 25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6.17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2017년과 2021년 각각 1군 1경기 출전에 그치며 결국 작년 마무리캠프 종료 이후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1군 통산 성적은 27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7.01.
고봉재는 방출 이후 사이드암 선배 김성배가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로 향해 유소년 지도를 맡았다. 그 때만 해도 프로의 뜻이 없었고, 재취업이라는 목표도 희미한 상태였지만 오히려 마음을 내려놓고 공을 던지다보니 기량이 상승했다.
최근 이천에서 만난 고봉재는 “센터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개인 연습을 했는데 오히려 야구가 잘 됐다. 김성배 대표팀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보면서 많은 걸 느꼈고, 나도 그 가르침대로 하다 보니 구속이 늘었다. 이후 테스트를 보고 싶어서 두산에 연락을 드렸는데 결국 계약까지 하게 됐다”라고 밝게 웃었다.
고봉재는 구체적으로 “두산에 있었을 때는 아무래도 경기 위주로 하다 보니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어려웠는데 센터에서 천천히 연습하며 기량이 나아졌고, 자신감도 많이 붙었다. 앞으로가 더 잘될 것 같다”라고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김성배의 센터에 종종 방문하는 심수창의 조언 또한 재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 고봉재는 “방출 이후 다른 구단을 알아봤는데 자리가 없어서 선수 생활을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다”라며 “그런데 센터에서 내 투구를 본 심수창 선배님이 ‘30살밖에 안 됐는데 너무 아깝지 않냐. 아픈 곳도 없으니 다시 도전해봐라’라고 조언해주셨고, 올해 테스트에서 불합격하면 진짜 은퇴한다는 마음으로 두산에 연락을 드렸다”라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고봉재는 합격 직후 곧바로 김성배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했다. 김성배는 마치 자기의 일처럼 후배의 재취업을 기뻐했다. 고봉재는 “대표님이 내가 프로의 꿈을 접지 않고 노력해서 다시 선수가 돼 대단하다고 말씀해주셨다. 대표팀은 옆에서 도와준 것 밖에 없다고 하셨다. 이전처럼 2군에만 있지 말고 이제는 1군에서 잘했으면 좋겠다는 조언도 해주셨다”라고 감사를 표했다.
1년 만에 다시 두산 선수가 된 기분은 어떨까. 고봉재는 “김명신, 이형범이 가장 많이 반겨줬다. 조수행, 서예일, (장)원준이 형도 반갑게 인사해줬다”라며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으니 노력해서 경기 운영만 잘하면 1군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제구력이 좋고 남보다 릴리스포인트가 앞쪽이라 구속이 비해 공이 빠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고봉재는 5살, 3살 아이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하다. 아직 아이들이 아빠가 야구선수라는 걸 정확히 모르지만 극적으로 프로선수가 된 만큼 이제는 1군에서 야구를 잘하는 아빠로 거듭나고 싶다.
고봉재는 “아이들은 그냥 아빠가 운동을 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라며 “이제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1군에 계속 머물면서 좋은 아빠, 야구 잘하는 아빠로 거듭나겠다”라고 밝혔다.
다시 만난 두산 팬들을 향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고봉재는 “두산 팬들이 참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야구장에 늘 자주 오셔서 열심히 응원을 해주신다”라며 “이제 다시 두산에 합류했으니 많은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 마운드에 올라가 공 하나하나에 혼신을 다해 던지도록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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