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는 독립리그 출신 투수들의 성공 계보가 있다. 프로에서 방출된 뒤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온 윤대경(28), 윤산흠(23)이 1군 데뷔 후 빠르게 주축 투수로 자리잡았다. 아직 1군 마운드에 오르진 않았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가능성을 보여준 좌완 투수 오세훈(23)이 그 계보를 이어가려 한다.
영선고 출신 좌완 투수 오세훈은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뒤 독립야구단 고양 위너스로 향했다. 이곳에서 1년을 뛰고 군입대했다. 경기도 파주 백마부대에서 현역으로 복무했다. 전역 후 다시 고양 위너스에 합류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두산 입단 테스트 기회가 주어졌다. 육성선수로 두산과 계약하며 프로의 문턱을 넘었지만 기쁨은 잠깐이었다.
지난해 두산에서 퓨처스리그 6경기(5⅔이닝)에 나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7.94를 기록한 뒤 방출된 것이다. 다시 고양 위너스로 돌아온 오세훈은 ‘SSTC’ 야구과학연구소에서 구속 향상 트레이닝으로 변화를 꾀했다. 직구 평균 구속이 2km가량 오르면서 한화 눈에 띄었고, 지난 5월말 육성선수로 계약했다.
오세훈은 “두산에서 나온 뒤 ‘이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처음에 들었다. 열심히 했지만 변한 건 없었고,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며 “가족들의 도움과 지지로 야구를 더 해보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처음부터 다시 몸을 만들었다. SSTC에서 상하체 꼬임으로 순간 파워를 늘리는 운동을 하며 구속 향상 효과를 봤다”고 돌아봤다.
한화에 온 뒤로도 구속이 2km 더 상승했다. 1년 사이 구속이 4km 늘었다는 오세훈은 “한화에 와서 감독님, 코치님들께 타자와 승부하는 법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슬라이더 구속도 늘고, 힘이 붙으면서 갈수록 자신감이 생겼다. 컨트롤이 안 좋을 때도 문제없다고 믿어주시니 결과도 좋게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오세훈의 퓨처스리그 성적은 25경기 1승4홀드 평균자책점 4.03. 1년 전 두산 시절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29이닝 동안 삼진 38개를 잡은 점이 돋보인다. 최고 144km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탈삼진 능력을 보여줬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마무리캠프는 서산 2군이 아닌 대전 1군에서 보내고 있다.
1군 코칭스태프에도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 그는 “부상 없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2군에서 볼넷이 꽤 있었다. 슬라이더 외에 투심, 커브, 체인지업도 던지는데 제구가 완벽하게 되는 것은 슬라이더밖에 없다. 마무리캠프에서 볼넷을 줄이고, 변화구 제구를 기르고 싶다”며 자신의 보완해야 할 점들도 명확하게 인지했다.
1군 선수단과 같이 움직이는 건 처음이지만 친구 윤산흠이 있어 든든하다. 지금은 해체된 영선고 출신으로 두산과 독립리그를 거쳐 한화에 온 삶의 궤적이 무척 비슷하다. 오세훈은 “산흠이가 있어 불편함 없이 팀에 적응하고 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동기 부여도 된다”면서 “1군 전광판에 이름을 올려 사람들에게 나라는 선수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이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말을 듣는 게 꿈이다. 내년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1군에 남아있는 것이 목표”라고 눈빛을 반짝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