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데 필승조를 내다니...".
지난 10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 2022 프로야구 최종전이기도 했다. 이날 LG는 6-5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4-5로 뒤진 9회말 추격전을 벌여 2사 1,2루에서 오지환이 우중간에 적시타를 날려 끝내기 승리를 안았다. 시즌 최종전의 멋진 피날레였다.
동시에 상대편 더그아웃의 이강철 감독의 얼굴을 굳었다. 이날 9회말 끝내기 역전패로 3위 수성에 실패했다. 이 한 경기로 4위로 내려앉았고, KIA 타이거즈와 와일드카드결정전을 벌어야 했다. 이 감독은 "LG가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를 투입했다"며 미묘한 발언을 했다. 이유가 있었다.
LG는 이미 시즌 2위를 확정했다. 1위 SSG 랜더스를 끈질기게 추격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순위를 확정지은 이후는 다소 느슨한 투수 운영을 했다. 젊고 유망한 투수들을 선발투수로 3경기 연속 내세웠다. 필승조를 잘 운영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KT와 키움의 순위가 결정되는 최종전에서 승리에 최선을 다하는 운용을 했다.
4-5로 뒤진 7회 1사 1,3루에서 홀드왕 정우영을 투입한 장면은 압권이었다. 정우영은 알포드는 고의볼넷으로 내보내고 장성우를 병살타로 유도하고 위기를 넘겼다. 8회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9회는 세이브왕 고우석을 내세워 아웃카운트 3개를 가볍게 따내고 9회말 역전극의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홈에서 열린 최종전을 찾은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승리를 거두었다. LG의 승리 덕분에 초조하게 결과를 지켜본 키움 히어로즈가 3위가 되는 횡재를 했다. 아쉽게 4위로 끝난 KT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KIA를 일축했다. 그러나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2승2패까지 팽팽한 승부를 벌이다 5차전에서 무릎을 꿇었다.
키움은 3위를 한 덕택에 에이스 안우진을 1차전과 5차전에 기용할 수 있었던 것이 컸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3차전에 나서게 됐다.키움은 5차전까지 혈투를 벌였다. 충분한 재충전을 마친 LG에게는 최상의 상황이었다. LG는 켈리와 플럿코, 김윤식까지 원투쓰리펀치를 내세워 3연승을 노렸다. 그러나 결과는 1차전 승리 이후 3연패를 당하며 업셋을 허용했다.
20년 만에 자신있게 도전했던 한국시리즈 진출은 허무한 꿈으로 남았다. LG는 이번 시즌 KT와 상대전적 9승7패, 키움과는 10승6패로 앞섰다. KT가 껄끄러운 상대는 아니었다. 일부러 KT를 4위로 떨어뜨린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날의 미묘했던 필승조 투입은 디펜딩 챔프 KT의 힘을 빼고, 키움의 기세를 살려준 것만은 분명했다. 하나의 선택은 이처럼 복잡 미묘한 결과를 낳는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