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내년에도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 체제로 간다. 2년 연속 10위로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리빌딩 기조에 따라 수베로 감독의 3년 임기를 지켜준다.
한화는 시즌 종료 후 정민철 전 단장이 3년 임기 만료로 물러나면서 수베로 감독 거취에도 관심이 모아졌다. 리빌딩 과정이긴 하지만 구단 역대 한 시즌 최다 96패를 당하며 전년 대비 승률(.371→.324)이 크게 하락했다. 지금까지 KBO리그에서 2년 연속 꼴찌를 하고도 자리를 지킨 감독은 없었다.
2013~2014년 한화 김응용 감독, 2015~2016년 KT 조범현 감독이 2년 연속 최하위로 마친 뒤 재계약하지 못했다. 1987~1988년 청보-태평양 강태정 감독, 1990~1991년 OB 이재우 감독, 1994~1995년 쌍방울 한동화 감독, 1997~1998년 롯데 김용희 감독, 2002~2003년 롯데 백인천 감독은 꼴찌 후 다음해 또 꼴찌로 고전하자 시즌 중 지휘봉을 내려놓아야 했다.
수베로 감독 거취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왔지만 결론은 재신임이다. 리빌딩을 위해 데려온 감독을 성적 부진으로 자르는 건 팀의 기조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 앞서 김성근 감독, 한용덕 감독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던 한화로선 감독의 임기를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
신임 손혁 한화 단장도 1군 감독 출신 경력을 살려 수베로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손 단장은 “감독으로 1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조금 경험을 해봤으니 현장과 얘기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외부에서 경험이 풍부한 코치들을 데려와 수베로 감독을 보좌하게 할 계획이다.
손 단장과 수베로 감독은 마무리캠프가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매일 만나 전력 보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수베로 감독은 “하루에 한 가지 주제를 갖고 깊게 대화 중이다. FA 시장부터 외국인 선수, 코치진까지 전체적인 팀 구성을 위한 논의를 계속 하고 있다”며 “지금은 아주 유니크한 상황이다. 단장은 첫 해이고, 감독은 마지막 해다. 둘 다 열정이 넘칠 수밖에 없다”고 기대했다.
신임 단장의 의욕과 성적을 내야 할 감독 처지가 맞물려 올 겨울 한화의 FA 영입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15년 시즌 후 정우람과 심수창을 끝으로 최근 6년간 외부 FA 영입이 없었다. 지난겨울 팀의 취약 포지션인 외야에 대형 FA 선수들이 쏟아졌지만 빈손으로 돌아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뚜렷한 전력 보강 없이 맞이한 올 시즌을 혹독하게 치렀고, 외부 FA 영입에 공감대가 형성됐다. 다가올 FA 시장은 그냥 지나치지 않을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베로 감독에게 어떤 FA 선물이 주어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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