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왕조의 수비코치가 3년 전 최소 실책 1위 영광 재현에 나선다. 두산 하면 수비, 수비 하면 두산이었던 시절의 명성을 되찾아 새로운 베어스 왕조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두산 이승엽호는 지난 17일 1군 수비 지도를 담당할 지도자로 조성환 코치를 선임했다. 조 코치는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두산 1군 수비코치를 맡다가 2021년부터 한화 1군 수비코치로 둥지를 옮긴 뒤 두 시즌을 보냈다. 이후 절친인 이승엽 신임 감독의 부름을 받아 2년 만에 다시 두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최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조 코치는 “사실 2020시즌을 마친 뒤 두산에서 계속 함께 하자고 말씀해주셨는데 내가 과감히 도전을 택했다”라며 “그럼에도 날 다시 생각해주셔서 마음이 움직였다. 이승엽 감독님은 동기인데 전화로 같이 하자고 해주신 게 힘이 됐다. 물론 한화에서 2년밖에 보내지 않아 정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마음이 계속 무겁다”라고 두산 코치로 복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조 코치는 과거 두산 왕조의 수비코치였다.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구축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두산 야수진은 조 코치의 지도 아래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 최소 실책 1위, 2020년 2위를 해냈고, 이는 연이은 한국시리즈 진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두산은 조 코치가 떠난 2021년에도 최소 실책 3위에 올랐지만 올해 5위까지 순위가 떨어지며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돌아온 왕조의 수비코치는 이번 마무리훈련에서 어떤 노하우를 전수할까. 조 코치는 “어린 선수들이 형들이 왔을 때 ‘어서오세요’ 하면서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노력 여하에 따라 자기 자리가 될 수 있는데 주인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훈련하면 불안감이 생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연습 혹은 실전에서 다 나온다”라며 “이 자리가 내 자리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확신을 갖고 형들이 오더라도 자리를 양보하기 싫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승엽 감독이 취임식에서 포스트 김재호로 꼽은 안재석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분석도 들을 수 있었다. 조 코치는 “(안)재석이는 좋은 걸 많이 갖고 있다”라면서도 “대신 화려함이 보인다. 그러나 유격수는 안정감을 갖추면 훨씬 더 좋은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포지션이다. 화려함을 버리고 안정감을 더하면 어떨까 싶다. 거기에 포커스를 맞춰 지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재석이 김재호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은 연습이다. 노력만이 천재 유격수를 따라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조 코치는 “김재호처럼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을 많이 듣는다”라며 “난 그럴 때 김재호보다 펑고를 열심히 받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재호보다 집중하지 못하고, 연습도 열심히 하지 않는데 어떻게 김재호를 뛰어넘을 수 있나. 그런 생각보다 어떻게 하면 아웃카운트를 더 건실하게 잡을 수 있을지 고민한다면 그 정도 레벨의 선수가 될 수 있다”라고 바라봤다.
수비는 신임 사령탑 또한 취임식에서 특별히 강조한 부분이다. 이 감독은 당시 “올해 두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실책이었다고 본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 향방이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상실감이 들 수 있다”라며 “타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실수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된다.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단단한 야구, 실수를 하지 않는 야구를 해서 예전처럼 두산을 활기찬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조 코치의 생각 또한 같다. 왕조의 수비코치였던 만큼 올해 다시 두산을 수비의 팀으로 만들고 싶은 의지가 강하다. 조 코치는 “타격은 주전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연봉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수비는 지겹다. 어떻게 생산적으로 훈련을 시킬지도 고민이다”라며 “이승엽 감독님 말씀대로 수비는 얼마나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똑같이 주어진 연습시간을 어떻게 내 걸로 만드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라고 강조했다.
수비에 열의를 갖고 훈련하는 선수를 지도할 준비는 모두 마쳤다. 조 코치는 “나는 그런 선수에게 더 노력할 것이다. 앞으로 튀어나오는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다 받아줄 준비가 돼 있다”라고 열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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