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때까지 롯데를 생각했던 이대호(40)의 은퇴사 메시지가 롯데 최고위층을 움직인 것일까. 롯데가 스토브리그 심상치 않은 기운을 뿜어낼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 26일 , 토종에이스 박세웅과 5년 총액 90억 원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보장 70억 원, 인센티브 20억 원. 롯데 구단 역사상 최초 비FA 다년계약의 주인공이 됐다.
오는 2023시즌이 끝나고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 선발 투수 박세웅이었다. 만약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면 90억 원 이상의 평가를 받았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롯데는 박세웅과 꾸준한 논의 끝에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아직 20대 중후반에 성장 가능성과 동력도 남아있는 선발 투수. 최근 3년 간 규정이닝을 채우고 467⅔이닝을 던지며 토종 최다이닝을 소화했다. 데뷔 후 1000이닝을 넘게 던지며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한 ‘금값’일 수밖에 없다. 롯데는 이런 박세웅을 선발진의 중추로 삼고 팀을 재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세웅 역시도 군 복무를 해결하기 위해 상무(국군체육부대)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한 상황이지만 상무 입대 없이 내년부터 다년계약의 첫 시즌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여러모로 롯데 구단의 올해 오프시즌 의지는 이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 롯데는 “그룹의 지원 속에서 구단 최초의 다년 계약을 진행했다”라고 밝혔다. 그룹의 투자 의지는 확인했지만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했다. 박세웅에게 안긴 90억 은 투자의 신호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이러한 구단의 투자 의지는 지난 8일 이대호의 은퇴식 때 남긴 은퇴사에서 남긴 당부에 응답이라도 한 듯 보였다. 이대호는 당시 신동빈 회장이 직접 관전하고 있는 가운데 구단을 향해 “ 앞으로 더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는 후배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주시기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날수록 더 강해지는 롯데 자이언츠로 만들어 주시길 바란다”라며 구단을 향한 쓴소리를 남겼다.
더 이상 프랜차이즈 선수들이 팀에 머무르며 더 큰 꿈을 꿀 수 있게 해달라고 바랐다. 강민호(삼성), 손아섭(NC)가 떠나는 광경을 목격한 이대호의 마지막 당부였다. 이대호의 메시지에 응답하듯 박세웅이라는 향후 1년 뒤 FA 최대어가 될 수 있는 선수를 붙잡으며 투자 의지를 재천명했다.
사실 그동안 그룹 차원에서 야구단에 대한 관심은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기류의 변화는 올 시즌 중반부터 엿보였다. 올해 신동빈 회장은 이대호 은퇴식 포함, 두 차례나 사직구장을 방문하는 등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4일 롯데 월드타워에서 2023년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루키즈 패밀리 데이’도 구단이 아닌 그룹의 최대주주인 롯데 지주 차원에서 진행한 행사였다. 구단은 해당 행사를 알리는 취지로 보도자료를 배표하려고 했지만 그룹 차원에서 만류했다. 신인 선수들의 트렌드에 맞춰서 그들 스스로 ‘롯데 선수’라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끔 행사를 꾸몄고 그들의 방식으로 알려지기를 바랐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는 선수들의 SNS에서 먼저 확인 가능했다. 그룹 차원의 관심이 이전과는 다르고 진심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는 행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의 움직임이다. 포수, 유격수 등 최대어급 선수들을 보강하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상황. 과연 이대호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올 겨울 다시 한 번 ‘큰 손’으로 복귀할 준비를 마쳤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