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런 생각이 든다. 혹시 간과한 것 아닌가? 트윈스의 전력분석 말이다. 얼마나 치열하게 했겠나. PO를 앞두고, 수많은 데이터를 검토했을 것이다. 매일 미팅을 통해 반복하고, 강조했을 것이다.
그런데 딱 하나 허술했다. 아니, 깊은 고려가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용규에 대한 부분이다. 하긴. 그럴 만하다. 이정후, 푸이그, 송성문, 김혜성…. 이런 타자들 살피기도 바쁘다. 언제 거기까지 신경 쓰겠나. 2할도 못 치는 똑딱이 외야수 아닌가.
하지만 그래야했다. 준PO 4~5차전을 살폈어야 했다. 그도 아니면, PO 1차전 때 깨달았어야 했다. 그의 공격 템포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 말이다.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끈질기게 투수를 괴롭히던 패턴은 버렸다. 거의 매번 초구 또는 2구에 적극적이다. 타구의 질도 괜찮았다. 그런 식으로 앞선 3게임에서 안타 3개와 직선타구 2개를 만들어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 타석당 평균 투구수다. 올시즌 그의 수치는 4.43이다. 한번 배트 들고 들어가면 투수로 하여금 그 정도 공을 던지게 만든다는 의미다. 스탯티즈 집계로 이 부문 1위는 정은원이다. 4.35였다. 이는 규정타석 때문이다. 실질적인 (장외) 1위는 이용규라는 얘기다. 올해도 ‘용규놀이’는 조용히 계속됐던 것이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들어와 돌변했다. 갑자기 초구를 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아시다시피 PO 2차전은 그의 게임이었다. 1회 중전안타, 2회 우중간 적시타(2타점)는 모두 숨 돌릴 틈 없는 속공이었다. 단호하게 첫번째 공을 공격했다. 여기에 맞고 아담 플럿코의 비틀거림이 시작됐다.
흥미로운 것은 당사자의 반응이다. “준플레이오프부터 타격감이 좋았어요. 공이 보이니까 방망이가 나가는 거죠. 두 번째 타석에서는 (앞타자) 김준완에게 체인지업으로 카운트를 잡더라구요. 그래서 나에게도 초구에 체인지업이나 커브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어요.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면 치려고 했는데, 결과가 좋게 나온 것 뿐이죠.” (PO 2차전 MVP 소감)
사실 그의 (포스트시즌) 엔트리 합류는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망설임 없었다. “시즌 때는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지만, 단기전에서는 베테랑의 경험이 중요합니다. 경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눈, 후배들을 이끄는 힘이 필요하죠. 그라운드에서 뛰는 것도 좋지만, 벤치에서 한마디씩 해주는 것도 전력에 큰 도움이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이 어린 선수들에게 중요합니다.”
아무렴, 맞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홍 감독이 PS에서 잘 한 것이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이용규를 엔트리에 넣은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전혀 달라진’ 그를 PO 2차전에서 2번 타순에 세운 것이다. ‘용규놀이’를 버린, 공포의 ‘초구용규’를 말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