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한화의 개막전 선발투수를 맡은 김민우(27)에게 올 시즌 초반은 악몽이었다. 4월2일 잠실 두산전 개막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시작한 뒤 5월6일 대전 KIA전 4⅓이닝 10실점, 12일 잠실 LG전 3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첫 8경기 평균자책점이 8.10까지 치솟았다.
외국인 투수 닉 킹험과 라이언 카펜터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김민우마저 흔들리자 한화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다. 2군에 잠시 내려가 재조정할 여유도 없었다. 1군 로테이션을 돌면서 투구폼을 수정해야 했다. 고민 끝에 5월 중순부터 와인드업 없이 주자가 없을 때도 세트포지션으로만 던지기 시작했다.
김민우는 “시즌 중반에 큰 변화를 주는 게 힘든 것이다. 하지만 초반에 워낙 안 좋다 보니 어떤 변화든 필요했다. 이동걸 코치님과 얘기해서 와인드업을 하지 않기 시작했다. 힘 쓰는 포인트를 찾으려다 보니 세트포지션으로 조금 더 간결하게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더 비중을 낮추는 등 레퍼토리 변화도 주면서 6~7월 8경기 평균자책점 2.87로 바닥을 치고 올라왔다.
그러나 8월 여름에 페이스가 한풀 꺾이면서 추가 조정이 있었다. 당시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였던 손혁 단장은 “민우가 팔 스로잉에 고민이 많았다. 언제 제일 좋았는지 물어보니 작년 개막 초반이라고 하더라. 그때 영상을 쭉 보니 공을 던지는 팔을 내릴 때 바지 뒷주머니의 재봉선까지 내려왔다. 팔을 여기까지 내렸다 올리는 것이 어떠냐는 조언을 했었다”고 떠올렸다.
김민우는 “그때 당시 코디네이터였던 단장님과 영상을 보면서 폼 수정을 했다. 작년 초반의 밸런스가 가장 이상적이었는데 코치님들과 단장님의 조언으로 수정한 부분이 좋아지면서 후반기 마무리를 잘할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그 기세를 이어가 9월4일 대전 NC전에선 데뷔 첫 완투승을 거둔 김민우는 9월 이후 마지막 6경기는 평균자책점 1.38로 마무리했다.
시즌 첫 8경기 평균자책점이 8.10이었지만 이후 21경기에선 3.28로 안정을 찾았다. 올해 최종 성적은 29경기 6승11패 평균자책점 4.36. 개인 최다 14승을 거둔 지난해 평균자책점 4.00에 근접했다. 지난해 155⅓이닝에서 올해 163이닝으로 개인 최다 이닝 기록도 늘렸다.
김민우는 “시즌 초반 선발투수로서 해줘야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외국인 투수들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심적 부담도 컸다. 중간에 선발 합류한 (장)민재형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더 힘들었을 것이다”며 “그래도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작년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60이닝을 목표로 했다. 그거 하나 달성한 것 만족한다”고 말했다.
선발투수로서 매년 많은 이닝을 목표로 하는 김민우는 “3년째 선발 풀타임 시즌을 보내다 보니 이닝 소화에 있어 내 것이 어느 정도 생겼다. 내년에는 170이닝을 목표로 하겠다”며 “올해 선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느꼈다. 초반에 많이 무너지는 바람에 불펜의 부담도 컸다. 내년에 선발진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우리 투수진 정말 괜찮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시즌 막판 선발로 나선 특급 유망주 문동주가 성장세를 보였고, 또 다른 대형 신인 김서현이 내년에 합류하지만 김민우만큼 한화에서 계산이 서는 선발은 없다. 손혁 단장도 “민우는 한두 개 조정을 하고, 템포만 줄이면 훨씬 더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 현장이랑 얘기해서 미팅 때 이런 부분을 다시 정리하면 내년에 더욱 좋아질 것이다”고 기대했다./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