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KIA에서 방황하던 청년이 두산의 대체불가 마무리투수로 성장했다. 선수 스스로도 두산에서 보낸 3년을 되돌아보며 “많이 단단해졌다”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홍건희(30)는 올해도 58경기 2승 9패 1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3.48로 두산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시즌은 셋업맨으로 출발해 김강률의 부상 이탈로 마무리를 맡아 데뷔 첫 한 시즌 두 자릿수 세이브를 올렸다. 시속 150km가 넘는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클로저 자리에서도 경쟁력을 뽐냈다.
지난 25일 이천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홍건희는 “초반에는 대량 실점을 하면서 무너질 뻔한 경기가 많았는데 멘탈을 잡으며 끝까지 잘 버텼다. 호성적은 아니지만 준수한 시즌이었다”라며 “다만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7년 연속에서 끝난 건 아쉽다. 내년에는 다시 가을야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한 시즌을 되돌아봤다.
홍건희는 지난 2020년 6월 7일 류지혁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KIA에서 두산으로 둥지를 옮겼다. KIA 시절에는 강속구를 보유하고도 선발과 불펜 사이에서 방황을 거듭했지만 이적과 함께 제구 되는 강속구를 뿌리며 두산의 최고 믿을맨으로 도약했다. 두산맨 홍건희의 성적은 173경기 11승 19패 22세이브 34홀드 평균자책점 3.59다.
홍건희는 “지난 3년을 돌아보면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많이 단단해졌다”라며 “시즌을 치르다보면 흔들리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걸 이겨내는 게 관건인데 이제는 잘 이겨내고 있다”라고 흐뭇해했다.
홍건희의 달라진 위상은 최근 2년간 이닝 지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65경기 74⅓이닝으로 불펜 최다 이닝 4위에 오른 그는 포스트시즌서 가을 필승조로 이름을 날리며 7경기 10이닝을 담당했고, 올해 또한 58경기서 62이닝을 소화하는 체력을 과시했다.
이로 인해 혹사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홍건희는 “주변에서 많이 걱정을 해주신다. 그렇게 던지는데 안 아프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나 내 장점은 몸이 튼튼하다. KIA에서도 1군과 2군을 오가며 공을 많이 던졌다. 올해로 벌써 프로 12년차인데 그 동안 크게 아픈 적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두산에 와서 이닝이 급격히 늘어난 만큼 이번 마무리캠프에서는 회복에 중점을 둔 스케줄을 소화 중이다. 최원준, 김명신, 곽빈, 정철원, 최승용과 함께 회복조에 포함돼 재정비 시간을 갖고 있다.
홍건희는 “이번 겨울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려고 한다. 마무리캠프도 일부러 합류해 체력을 회복시키고 있다”라며 “훈련도 중요하지만 회복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라고 힘줘 말했다.
내년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풀타임 마무리로 두산 뒷문을 지켜보고 싶다. 그는 “마무리를 이렇게 길게 맡은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라며 “불펜투수라면 마무리 욕심이 생기기 마련이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한 번 잘해보고 싶다. 사실 셋업맨이나 마무리나 준비 과정은 비슷하다. 어떤 보직을 맡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가오는 2023시즌은 이승엽 신임 감독과 함께하는 첫 시즌이다. 마무리 보직을 결정하는 권한도 이 감독에게 있다.
홍건희는 “감독님이 부임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놀랐다. 실제로 뵀을 때는 위엄이 느껴졌다”라며 “감독님은 엄청 대단하신 선수였다. 레전드가 감독님으로 오셨기 때문에 뭔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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