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을에 고개를 숙이는 장면들이 많았던 LG 트윈스 김현수(34)가 각성했다. 더 이상 가을의 악몽은 없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김현수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3번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 1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하지만 팀의 대역전극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6-7로 패하면서 시리즈 전적은 1승1패가 됐다.
김현수는 전날(24일) 1차전 3회 1사 2루에서 우중간 적시타를 뽑아내며 달아나는 타점을 기록했다.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6-3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2차전에서도 김현수의 타격감은 1회부터 타올랐다. 0-1로 리드를 뺏긴 뒤 맞이한 1회 1사 1루에서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1사 1,2루 기회를 연결시켰다. 후속타는 없었다.
이후 끌려가는 경기 양상이 됐다. 2회 LG는 대거 5실점 하면서 0-6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3회말 추격에 시동을 거는 안타를 뽑아냈다. 3회말 1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1사 1,2루 기회를 이어갔고 채은성의 2루타로 첫 득점이 만들어졌다. 김현수는 1루에서 3루까지 전력질주 했고 키움 좌익수 김준완이 공을 더듬는 사이에 홈까지 파고 들어 득점에 성공했다. 2-6이 됐다.
하지만 격차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4회초 1실점을 하면서 2-7이 됐다. 그러나 5회말 김현수는 다시 팀을 일깨웠다. 5회 이형종의 2루타로 만든 무사 2루에 기회에서 2루수 옆을 강하게 꿰뚫는 우전 적시타를 뽑아내면서 추격 개시를 알렸다. 적시타 이후 1루에서 분위기를 살려보자는 제스처를 취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 타점으로 김현수는 포스트시즌 41타점 째를 수확했다. 홍성흔이 갖고 있는 포스트시즌 통산 최다 타점(42타점) 기록에 1개 차이로 다가섰다.
김현수의 적시타는 결국 선수단을 각성시키는 효과로 나타났다. 이후 상대 실책과 오지환의 희생플라이, 유강남의 밀어내기 볼넷, 대타 이재원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6-7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그러나 리더 김현수의 각성에도 불구하고 1점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며 시리즈 2차전을 내줬다.
포스트시즌 타점 기록을 곧 세울 듯 하지만 김현수에게 가을은 그리 좋은 계절이 아니었다.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 통산 84경기 타율 2할5푼4리(303타수 77안타)의 성적을 남기고 있었다. 병살타 역시 10개나 기록하면서 홍성흔과 손시헌의 최다 기록(11개)에 근접해 있다.
비록 LG는 이날 경기 패했지만 김현수의 각성 효과로 패색이 짙은 6점 차 경기를 1점 차 접전까지 이끌었다. 이날 활약 포함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타수 4안타, 타율 4할4푼4리를 기록 중이다.
올해 주장은 오지환이 이전까지 주장은 김현수였고 김현수의 리더십 덕분에 LG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2년 간의 메이저리그 경험을 뒤로하고 2018시즌을 앞두고 LG와 4년 115억 원의 FA 계약을 맺은 김현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한 번 4+2년 총액 115억 원의 계약을 맺었다.
LG에서의 첫 4년 간 김현수는 가을야구에서 가장 높은 단계까지 올라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LG에서 우승을 경험하고 싶은 욕망이 크다. 선수단 전체가 똘똘 뭉쳤고 김현수는 그 중심에 서 있다. 20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LG의 리더는 이제 더 이상의 가을 악몽은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려고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