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투수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원하는데..."
'사무라이 재팬'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은 현재 KBO리그 최고의 투수인 안우진의 위력적인 면모를 알고 있다. 하지만 안우진을 둘러싼 논란까지 알고 있다. 안우진과의 정면승부도 원하지만 내심 안우진과 맞상대 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을 가정하면서 미소를 짓는 듯 하다.
일본 대표팀 구리야마 감독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LG의 플레이오프 1차전을 현장에서 직접 관전했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에 속한 한국과 일본이다. 구리야마 감독은 한국의 전력을 탐색하기 위해 이날 플레이오프 1차전을 찾았다.
그는 경기 도중 한국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한국은 저력이 있는 팀이다. 한국 야구를 피부로 느끼고 싶어서 방한했다"라면서 "한국에는 강한 투수들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짧은 이닝을 연결하는 힘이 강한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논의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팀의 전력을 탐색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올해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2관왕을 차지한 키움 히어로즈의 에이스 안우진의 이름도 언급이 됐을 터. 안우진은 올해 30경기 15승8패 평균자책점 2.11(196이닝 46자책점), 224탈삼진, WHIP 0.95의 성적을 거두며 리그 최정상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하지만 안우진은 여전히 '학교폭력'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구리야마 감독 역시 안우진과 관련된 논란까지 알고 있었다. 그는 "안우진과 관련해 여러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정상의 선수가 야구를 통해서,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라면서도 "우수한 투수가 나오지 않으면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좋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안우진과의 정면승부를 원하면서도 결국 한일전 맞대결을 생각하면 안우진이 나오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힌 것.
안우진은 덕수고 시절 학교폭력 사실이 밝혀지면서 징계를 받았고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관리하는 국제대회 대표팀에는 선발될 수 없다. 그러나 KBO가 주관하는 WBC 대표팀에는 뽑힐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은 안우진의 편이 아니다. 국내 최고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안우진의 학폭 논란은 여전히 야구 팬들은 물론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과 같다. KBO 및 WBC 대표팀을 맡은 이강철 KT 감독 역시 안우진의 실력과는 별개로 대표팀 선발과 관련히 장고를 거듭하고 있지만 호의적인 의견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우진에게 태극마크는 허락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숙적 일본이 바라는 정면승부는 이뤄지지 않을 듯 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