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는 대우를 해주고 싶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 24일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열린 마무리훈련에서 취재진과 만나 개인 통산 129승에 빛나는 장원준(37)의 현역 연장 소식을 전했다.
최근 장원준과 직접 면담한 이 감독은 “선수 본인이 1년을 더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우리 팀에 좌완투수가 부족해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129승을 거둔 투수가 다른 팀을 알아보고, 알아봤는데 잘 안 되면 불명예다. 본인이 은퇴 생각이 없는데 그만두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부산고를 나와 2004년 롯데 1차 지명된 장원준은 전성기 시절 꾸준함의 대명사로 이름을 날렸다. 2008년 데뷔 첫 10승(12승)을 시작으로 2017년 14승까지 무려 8년 연속 10승을 거뒀고, 그 사이 우승반지를 두 차례(2015, 2016)나 거머쥐었다.
장원준은 2018년부터 좌완 에이스의 자존심을 구겼다. 원인을 규정지을 수 없는 부진과 부상에 신음하며 2020년까지 1군 출장이 32경기에 그쳤다. 특히 2020년 1군에 단 2경기에 출전해 평균자책점 12.71로 흔들리며 은퇴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의지의 장원준에게 포기는 없었다. 이듬해 32경기 1패 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6.75로 부활 기지개를 켠 뒤 올해 27경기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3.71로 재기의 발판을 어느 정도 마련했다.
장원준은 2015시즌에 앞서 두산과 4년 총액 84억원의 대형 FA 계약에 성공했다. 당시 그의 연봉 10억원. 그러나 거듭된 부진 속 두 번째 FA 신청은 커녕 현역 연장에 만족하며 올해 5000만원을 받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급여가 2019년 6억원, 2020년 3억원, 2021년 8000만원에서 사실상 최저인 5000만원까지 삭감된 것이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9살이 되는 장원준. 그러나 그는 이승엽 감독에게 은퇴가 아닌 현역 연장 의지를 어필했다. 이 감독은 “장원준과 같은 레전드는 대우를 해주고 싶다. 그래서 후회 없이 뛰어보라고 말해줬다. 그리고 내년에 잘하면 더 할 수 있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진짜 마지막으라는 각오로 후배들과 한 번 경쟁을 해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다만 레전드라고 특혜를 주는 일은 없다. 신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제로 베이스에서 경쟁을 펼쳐 우위를 점해야 1군에 나설 수 있다. 이 감독은 “편애는 없다. 결과가 좋아야 잠실구장에서 볼 수 있다”라며 “아마 장원준도 이런 걸 원할 것 같다. 성적, 기량이 떨어지는데 레전드라고 경기에 출전하는 건 본인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게 판단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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