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에 한화 선수들이 떴다. 카를로스 수베로(50) 감독을 필두로 50여명의 인원이 단체로 등산에 나섰다.
한화 선수단은 24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인근 보문산에 모습을 드러냈다. 6일 훈련, 1일 휴식 일정으로 대전에서 마무리캠프를 소화 중인 가운데 수베로 감독의 제안으로 단체 등산에 나섰다. 이날 하루에 그치지 않고 내달 23일까지 마무리캠프 기간 매주 월요일마다 진행하기로 했다.
대전의 상징 중 하나로 꼽히는 보문산은 해발 고도 457m로 크게 험준하진 않지만 왕복 2시간 코스로 충분한 운동이 된다. 이날은 첫 날이라 보문산 중턱 전망대까지 가볍게 다녀왔지만 다음에는 산 정상까지 오른다. 매주 조금씩 강도를 높여서 캠프 막바지에는 보문산보다 훨씬 가파른 해발 고도 598m 식장산 등정도 계획하고 있다.
비시즌이면 선수 개인별로 등산으로 땀을 빼곤 하지만 마무리캠프 기간 단체로 산에 오르는 것은 요즘 들어 보기 드물다. 산악 훈련이 구시대적이라는 시대에 외국인 수베로 감독이 직접 이끌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수베로 감독은 “개인적으로 등산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거의 못했다. 2~3년 만에 오랜만에 올랐다. 선수들과 함께 같이 오르는 건 감독이 되고 나서 처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구는 루틴이 중요하다. 선수들도 수많은 루틴을 매일같이 지키지만 사람이다 보니 반복될수록 가끔 지루해질 수 있다. 색다른 운동 방법을 생각해서 산에 오르게 됐다”며 “지난 주말(22일)에는 구장 옆 수영장에서 수중 훈련도 했다. 물의 부력과 저항력을 이용해 잔근육을 채우기 좋은 훈련이다”고 밝혔다. 수중 훈련은 매주 토요일마다 한다.
산악 훈련의 목적은 체력 강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수베로 감독은 “등산은 하체 힘을 기르고, 스태미너를 높이는 데 좋지만 팀워크에도 굉장히 좋은 훈련 방법이다. 오늘은 선수들뿐만 아니라 모든 모든 스태프들이 다 같이 산에 올라 기념 사진도 찍었다”며 선수단의 단합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은 ‘인내의 예술’이라고도 한다. 힘든 고비가 찾아올 때마다 참고 버텨야 산 정상에서 탁 트인 경치를 보며 시원한 바람을 만끽할 수 있다. 수베로 감독은 “등산처럼 야구도 정상에 오르기까지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처음부터 바로 정상에 갈 순 없다. 등산을 통해 선수들에게 이런 메시지도 전하고 싶다”며 현재 팀이 처한 상황에 비유하기도 했다.
3년 연속 최하위로 시즌을 마친 한화는 지난 17일부터 마무리캠프 훈련에 들어갔다.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2년간 전면 리빌딩에 나섰지만 당장 가시적인 성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그동안의 과정까지 평가 절하되고 있다. 팀과 개인 모두 스스로 의심이 들 법한 냉혹한 상황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포기하지 않고 버티며 단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