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최고 마무리투수 조쉬 헤이더(28)을 아끼다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5경기 중 1경기밖에 쓰지 않은 밥 멜빈(61) 샌디에이고 감독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고 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서 3-4 역전패를 당하며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패퇴했다. 24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노렸지만 8회 필라델피아 브라이스 하퍼에게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맞고 졌다.
이 상황을 두고 샌디에이고의 패착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MLB.com은 ‘샌디에이고가 팀 내 최고 구원투수를 쓰지 않았다는 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패배다. 마지막 3경기에서 헤이더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며 ‘좌타자 하퍼가 8회 이닝 두 번째 타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왜 이닝 시작 전에 헤이더가 몸을 풀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면서 아끼다 끝난 헤이더 활용법을 지적했다.
지난 여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헤이더는 이적 이후 첫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3.14로 부진했다. 하지만 마지막 12경기에서 세이브 7개를 거두며 평균자책점 0.79로 살아났다.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도 5경기에서 4세이브를 따내며 5⅓이닝 1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압도적인 투구를 했다. 포스트시즌 최초 8타자 연속 탈삼진 기록도 세웠지만 NLCS 2차전 세이브를 끝으로 3~5차전에는 등판하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이 된 이날 5차전이 아쉬웠다. 샌디에이고가 3-2로 앞선 8회 우완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선두 J.T. 리얼무토에게 안타를 맞은 뒤 좌타자 하퍼가 타석에 들어섰다. 좌완 헤이더를 조기 투입할 수도 있었지만 멜빈 감독은 수아레즈로 밀어붙였다. 그러나 수아레즈는 하퍼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맞고 말았다.
상대팀 롭 톰슨 필라델피아 감독도 하퍼 타석에서 헤이더로 교체하지 않은 것을 “조금 놀랐다”고 말했다. 그만큼 의외였고, 결과적으로 하퍼가 역전 홈런을 치면서 멜빈 감독의 패착이 됐다. 수아레즈는 이후 삼진 2개 포함 3타자를 아웃시키며 이닝을 마쳤고, 헤이더는 불펜엘서 몸만 풀다 끝났다.
경기 후 공식 인터뷰에서 멜빈 감독은 “헤이더에게 아웃카운트 4개를 맡길 생각이었다. 6아웃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하퍼 타석에서도 헤이더는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수아레즈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올해 좌타자들을 상대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잘했다. 좌타자에게 홈런을 맞은 것도 오늘이 처음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아레즈는 올해 우타자(.571)보다 좌타자(.564) 상대 OPS가 낮았고, 피홈런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당사자인 헤이더도 결과론적인 지적이라고 밝혔다. 헤이더는 “수아레즈는 1년 내내 우리가 믿고 의지한 투수였다. 나중에 결과를 두고 ‘이게 더 좋았을 텐데’라면서 비난하는 건 쉽다”며 “멜빈 감독 결정이 잘못됐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든다”고 말했다. 헤이더의 마지막 2이닝 투구는 지난 2019년 9월8일 시카고 컵스전이다. 최근 3년간 1이닝으로 제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헤이더에게 6아웃을 맡기는 것도 모험수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