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공포 영화' 문보경의 호수비, "라이트에 겹쳐 공이 안 보였다. 운 좋게 잡았다" [PO1]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2.10.24 22: 14

 “조명탑에 공이 안 보였어요. 얼떨결에 잡아서 가슴 철렁했어요.”
LG 문보경의 호수비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LG의 플레이오프 1차전. 문보경은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공수에서 깨알같은 활약을 펼쳤다. 3타수 1안타 1득점, 기록되지 않은 공헌도가 컸다. 

3회초 2사 2,3루 키움 김혜성의 내야 뜬공을 문보경 3루수가 잡아내고 있다.  2022.10.24  / soul1014@osen.co.kr

문보경은 2회말 1사 후 팀의 첫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문성주의 2루수 옆 내야안타로 1사 1,2루가 됐고, 유강남의 2루수 땅볼 때 키움 2루수 김혜성의 1루 악송구로 3루를 거쳐 선제 득점을 올렸다. 행운의 득점. 
3회초 수비 때 2사 2,3루에서 김혜성의 빗맞은 뜬공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낮은 포물선으로 키를 넘어갈 뻔한 타구였다. 글러브에 한 번 튕기고 다음 동작에서 잡아내 이닝을 실점없이 끝냈다. 
문보경은 경기 후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는 바람에 놓칠 뻔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서 아예 안 보였는데, 그냥 글러브를 이렇게 내밀었는데 손바닥에 맞는 느낌이 났다. 그 이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잡고 나서 놀랐다. 라이트에 아예 겹치는 바람에 공이 안 보였다. 잔상 같은 게 남아야 하는데 그게 없이 아예 겹쳤다. 글러브에 맞는 느낌이 났고, 그 다음에 공이 딱 눈 앞에 있는 게 보여서 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적인 감각과 행운이 곁들어졌다.  
3회초 2사 2,3루 키움 김혜성의 내야 뜬공을 문보경 3루수가 잡아내고 있다. 투수 켈리가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놀라고 있다. 2022.10.24  / soul1014@osen.co.kr
문보경은 "운이 좋았다. 진짜 큰일날 뻔했다. 한여름에 공포 영화 보면 시원해지는 느낌,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 잡고나서 주변 소리도 안 들렸다. 켈리가 고맙다고 했는데, 내가 더 미안하다고 했다. 좀 더 편하게 잡았으면.."라고 웃으며 말했다. 
3회말 문보경은 2사 1,3루에서 친 타구는 외야로 높게 떴다. 키움 유격수 김휘집과 중견수 이정후이 서로 달려나왔지만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김휘집의 포구 실책, 이어 공을 잡은 이정후는 홈 악송구까지 저질렀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행운의 득점은 또 문보경에게서 비롯됐다. 안타로 기록되지 않는 바람에 타점은 안 됐다. 
문보경은 "안타가 아니어도 팀이 이기는 점수에 기여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