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탑에 공이 안 보였어요. 얼떨결에 잡아서 가슴 철렁했어요.”
LG 문보경의 호수비에는 특별한 비밀(?)이 있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LG의 플레이오프 1차전. 문보경은 6번 3루수로 선발 출장해 공수에서 깨알같은 활약을 펼쳤다. 3타수 1안타 1득점, 기록되지 않은 공헌도가 컸다.
문보경은 2회말 1사 후 팀의 첫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문성주의 2루수 옆 내야안타로 1사 1,2루가 됐고, 유강남의 2루수 땅볼 때 키움 2루수 김혜성의 1루 악송구로 3루를 거쳐 선제 득점을 올렸다. 행운의 득점.
3회초 수비 때 2사 2,3루에서 김혜성의 빗맞은 뜬공을 가까스로 잡아냈다. 낮은 포물선으로 키를 넘어갈 뻔한 타구였다. 글러브에 한 번 튕기고 다음 동작에서 잡아내 이닝을 실점없이 끝냈다.
문보경은 경기 후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는 바람에 놓칠 뻔 했다"고 말했다. 그는 "공이 라이트에 들어가서 아예 안 보였는데, 그냥 글러브를 이렇게 내밀었는데 손바닥에 맞는 느낌이 났다. 그 이후 바로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잡고 나서 놀랐다. 라이트에 아예 겹치는 바람에 공이 안 보였다. 잔상 같은 게 남아야 하는데 그게 없이 아예 겹쳤다. 글러브에 맞는 느낌이 났고, 그 다음에 공이 딱 눈 앞에 있는 게 보여서 잡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적인 감각과 행운이 곁들어졌다.
문보경은 "운이 좋았다. 진짜 큰일날 뻔했다. 한여름에 공포 영화 보면 시원해지는 느낌,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공 잡고나서 주변 소리도 안 들렸다. 켈리가 고맙다고 했는데, 내가 더 미안하다고 했다. 좀 더 편하게 잡았으면.."라고 웃으며 말했다.
3회말 문보경은 2사 1,3루에서 친 타구는 외야로 높게 떴다. 키움 유격수 김휘집과 중견수 이정후이 서로 달려나왔지만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김휘집의 포구 실책, 이어 공을 잡은 이정후는 홈 악송구까지 저질렀다.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았다. 행운의 득점은 또 문보경에게서 비롯됐다. 안타로 기록되지 않는 바람에 타점은 안 됐다.
문보경은 "안타가 아니어도 팀이 이기는 점수에 기여했으니까 그걸로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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