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슈퍼스타인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13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날, 내셔널리그 홈런왕(46개) 카일 슈와버는 이렇게 말했다. 8회 역전 결승 투런 홈런으로 팀 승리를 이끈 브라이스 하퍼(30)를 두고 한 말이었다.
하퍼는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치러진 2022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SC) 5차전에서 2-3으로 뒤진 8회 역전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이 한 방으로 필라델피아는 샌디에이고를 4-3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샌디에이고 김하성의 가을야구가 끝난 순간이기도 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월드시리즈 무대. 그 중심에 하퍼가 있었다. 하퍼는 이번 NLCS에서 20타수 8안타 타율 4할 2홈런 5타점 OPS 1.250으로 활약하며 MVP에 선정됐다. 와일드카드와 디비전시리즈 포함 이번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서 43타수 18안타 타율 4할1푼9리 5홈런 11타점 OPS 1.351로 폭발하고 있다.
가장 낮게 포스트시즌을 확정한 필라델피아가 월드시리즈까지 진출한 데에는 하퍼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하퍼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 2회 선제 결승 솔로포,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차전 8회 쐐기 솔로포에 이어 이날 결승포까지 단일 포스트시즌에서 3번의 라운드 최종전에서 모두 홈런을 친 최초의 선수가 됐다.
하퍼는 “우리 팀은 10월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정말 정말 좋은 선발투수가 3명(잭 휠러, 애런 놀라, 레인저 수아레즈) 있고, 훌륭한 불펜도 있다. 호세 알바라도, 세란토니 도밍게즈는 2이닝 이상 던질 수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자들도 잘했다.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고, 그건 베테랑도 마찬가지”라고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하퍼는 “우리에겐 월드시리즈가 남아있다. 4승을 더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겠지만 우리에겐 4승이 남았다”며 월드시리즈를 바라봤다. 하퍼가 월드시리즈에 오르는 것도 처음이다.
고교 시절부터 대형 거포 유망주로 주목받은 하퍼는 지난 2010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지명됐다.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하자마자 신인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만장일치 MVP를 거머쥐며 슈퍼스타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이 없었다.
2018년까지 워싱턴에서 뛰었지만 월드시리즈 무대는 밟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하퍼가 13년 3억3000만 달러 FA 계약을 맺고 필라델피아로 이적한 2019년 워싱턴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운명의 장난 같았지만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흘러 하퍼에게도 기회가 왔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