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올스타 2회 경력의 호세 로사도(48) 한화 투수코치는 자신의 말이 변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 4명의 전원 부상을 빼놓고 올해 한화 마운드를 설명하기 어려웠다.
로사도 코치는 “팬들이 변명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 4명의 부상이 올해 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며 “외국인 투수 4명이 167⅓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다. 나머지 이닝을 국내 투수들이 커버해야 했고, 마운드 운영에 있어 모든 계획이 꼬였다”고 말했다.
한화는 지난해 원투펀치 닉 킹험(16⅓이닝)과 라이언 카펜터(18이닝)가 3~4경기 만에 각각 상완근, 팔꿈치 부상으로 중도 퇴출됐다. 4월 중순부터 두 달 가량 국내 투수들로 버텨야 했다. 6~7월 대체로 온 예프리 라미레즈(65⅓이닝), 펠릭스 페냐(67⅔이닝)도 부상으로 시즌 막판 이탈했다. 미국에서 큰 부상이 없었던 라미레즈는 어깨 염증이 생겼고, 페냐는 상대 타자의 강습 타구에 코를 맞아 골절되는 불운을 당했다.
그 결과 한화는 팀 평균자책점 10위(4.83)로 마운드가 무너졌다. 로사도 코치는 “외국인 공백으로 국내 투수들이 던지지 않아야 할 상황에 나서고, 많은 투구량을 부담해야 했다. 다른 팀에서도 이 정도의 부담을 짊어지면서 버틸 수 있는 팀이 많지 않을 것이다”며 “선수 개개인마다 최고의 퍼포먼스를 발휘할 상황과 자리가 있는데 올해는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어려운 와중에 분투해준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예로 로사도 코치는 “윤대경은 작년과 재작년 불펜으로 최고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올해는 팀 사정상 선발로 나섰지만 7점대(7.53) 평균자책점으로 결과가 좋지 않았다”며 “지난해 14승을 올린 김민우도 외국인 투수 부재로 팀이 연패에 빠졌을 때 심리적 부담이 컸다.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고 짚었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고, 선발 두 자리를 차지하는 외국인 투수 비중은 KBO리그에서 절대적이다. 외국인 투수 없이는 성적을 낼 수 없다는 것을 로사도 코치도 실감했다. 그는 “앨버트 수아레즈(173⅔이닝), 데이비드 뷰캐넌(160이닝)이 총 330이닝 이상 던진 삼성에 두 선수가 없었다면 올해 몇 위를 했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이라 알 수 없지만 일어난 일로 예를 들 수 있다”며 두산과 KT를 꼽았다.
로사도 코치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나간 두산도 아리엘 미란다(7⅔이닝)가 부상을 당하며 사실상 1명의 외국인 투수로 시즌을 치르다 9위가 됐다. 지난해 우승팀 KT도 윌리엄 쿠에바스(11이닝)가 다치고,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가 예년 같지 않으면서 고전했다.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가 미치는 영향력이 그만큼 엄청나다”고 강조했다.
이보다 더 불운할 수 없을 것 같은 시즌은 끝났다. 로사도 코치는 “내년에는 건강하게 리그를 지배할 외국인 투수 2명이 필요하다. 올해 성장한 국내 투수들과 균형을 잘 맞추면 마운드가 좋아질 것이다”며 “물론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볼넷 개수를 줄여야 하고, 주자를 잘 묶어 도루 허용도 줄여야 한다. 이 점들을 개선하면 내년에 강하게 치고 올라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화는 올해 리그 최다 볼넷 602개를 허용했다. 9이닝당 4.3개. 도루 허용도 121개로 가장 많았다. 도루 저지율 5위(.297)로 포수들이 나름 분투했고, 로사도 코치는 주자들을 제대로 묶어두지 못한 투수들의 책임으로 봤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