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 더 이상 왕조는 없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해냈던 KT의 2년 연속 우승이 좌절됐다. 준플레이오프에서 키움과 최종 5차전까지 승부를 펼쳤지만 2승3패로 한 끗 모자랐다. 올해 주축 선수들의 거듭된 부상 악재 속에도 KT는 정규시즌 4위로 가을야구에 올라 와일드카드를 통과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이로써 KBO리그의 마지막 백투백 우승팀은 2015~2016년 두산으로 남게 됐다. 두산의 2연패 이후 2017년 KIA, 2018년 SK, 2019년 두산, 2020년 NC, 2021년 KT에 이어 올해까지 6년째 매년 우승팀이 바뀐다. 이 기간 전년도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 나간 것도 2020년 두산이 유일하다. 2018년 KIA는 5위, 2019년 SK는 3위, 2021년 NC는 7위, 올해 KT는 4위로 마쳤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팀수가 적은 KBO리그는 백투백 우승이 비교적 많았다. 역대로 2년 이상 연속 우승한 팀으로는 1986~1989년 해태, 1996~1997년 해태, 2003~2004년 현대, 2005~2006년 삼성, 2007~2008년 SK, 2011~2014년 삼성, 2015~2016년 두산까지 총 7개 있었다.
그 중 해태와 삼성은 4년 연속으로 우승하면서 왕조 시대를 보냈다. 각각 6~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번씩 우승한 SK와 두산도 왕조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격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전년도 우승 과정에서 쌓인 피로와 후유증을 이듬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KT도 지난해 막판 괴력을 뽐냈던 윌리엄 쿠에바스가 2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되면서 삐걱거렸다.
앞으로도 백투백 우승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년부터 KBO는 연봉 총액 상한제인 ‘샐러리캡’을 도입한다. 기준치를 무조건 넘을 수 없는 하드캡이 아니지만 위반시 벌금 및 신인 지명권 순위 하락으로 불이익을 받기 때문에 구단들이 무턱대고 즉시 전력 고액 선수들을 쌓아둘 수 없는 상황이다.
신인 지명도 올해부터 1차 지명을 폐지한 뒤 전면 드래프트로 바뀌는 등 리그 균형 발전을 위한 움직임으로 전력 평준화의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부 팀들이 스타와 유망주들을 독식하기 어려워지면서 KBO리그에도 춘추전국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리그 흥행과 재미 면에서는 특정팀 왕조 시대보다 긍정적인 요소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