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으로 시작해 부상으로 끝났다. 시즌 중간에 부상자가 돌아오면 또 다시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넘어 준플레이오프 승부를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작년 우승을 이끈 강철매직이 올해도 박수를 받는 이유다.
KT 위즈는 지난 2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키움 히어로즈와의 최종 5차전에서 3-4 석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정규시즌 4위에 올라 2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KT는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2022 포스트시즌을 마감했다. 1승 1패에서 3차전을 내준 뒤 4차전 승리로 5차전 승부를 성사시켰지만 3위 키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우승으로 강팀 반열에 올라선 막내 KT. 이후 국민거포 박병호와 공수주에 능한 새 외인타자 헨리 라모스를 영입하고, 집토끼 장성우, 황재균을 잔류시키는 알찬 스토브리그를 보내며 2연패를 향한 기반을 다졌다. 우승을 이끈 선발투수진이 건재한 가운데 강백호-박병호-라모스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는 리그 최강 중심타선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KT의 희망은 개막도 하기 전에 절망으로 바뀌었다. 개막 직전 간판타자 강백호의 발가락 골절을 시작으로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라모스가 발가락을 다쳐 나란히 이탈했고, 박시영, 장준원의 낙마에 이어 다시 강백호가 여름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을 진행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순위싸움이 한창인 9월 초 홈런왕 박병호마저 발목 인대가 파열되며 타선의 구심점을 잃었다. 정규시즌 4위로 3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게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로 부상자가 많았다.
KT의 완전체를 향한 갈망은 가을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병호가 온전치 않은 발목 상태에도 출전을 강행하며 마침내 강백호, 알포드, 박병호, 장성우, 황재균이 막강 중심타선을 구축했지만 준플레이오프에 앞서 훈련을 하던 리드오프 조용호가 허리를 삐끗했고, 주전 유격수 심우준마저 1차전 이후 어깨 증세를 호소하며 2차전에 결장했다. 3차전부터 통증을 참고 경기에 뛰는 투혼을 발휘했으나 결과는 준플레이오프 탈락이었다.
KT는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내내 부상 투혼을 선보이며 키움과 매 경기 명승부를 펼쳤다. 1차전을 내줬지만 2차전 웨스 벤자민과 박영현 두 명의 투수로 반격에 성공했고, 3차전 패배와 4차전 선취점 헌납으로 벼랑 끝에 몰린 가운데 타선의 저력을 앞세워 역전극을 써냈다. 마지막 5차전에서도 알포드의 활약 속 2-1 리드를 잡았지만 송성문의 역전 투런포와 안우진 뒤 에릭 요키시를 붙이는 상대 총력전에 2연패 꿈이 좌절됐다.
물론 부상 또한 실력이고, 부상으로 인한 성적 부진은 핑계가 될 수 없다. 그러나 KT는 10월 전체가 사실상 가을야구와 다름없었다. 최종전까지 순위가 확정되지 않은 가운데 잔여 2경기 우천 취소라는 변수를 맞이하며 11일까지 정규시즌을 치렀다. 11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했으면 3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9회 오지환에게 끝내기 역전타를 맞으며 4위가 됐고, 하루 휴식 후 13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임했다. 비록 2연패 도전은 무산됐지만 KT는 지친 상황에서 후회 없는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가을을 마친 사령탑 또한 지난날의 아쉬움을 언급하기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격려하며 내년 시즌을 기약했다. 이강철 감독은 “우리 선수들 모두 한 시즌 동안 부상도 많았고 힘들었는데 너무 감사하다. 여기까지 너무 잘 왔다”라며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경기를 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진심을 드러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