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인 괴물 투수 문동주(19)는 지난달 30일 대전 롯데전 경기 중 덕아웃에서 최고참 투수 정우람(37)에게 체인지업을 전수받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KBO리그 최정상급 불펜투수로 군림한 정우람의 주무기가 바로 체인지업. 18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문동주가 다가가 그립을 물어봤고, 정우람이 세심하게 가르쳐줬다.
정우람이 후배 투수들에게 체인지업 그립을 알려주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동안 수많은 후배들이 그에게 체인지업 비결을 묻고 배웠다. 당사자에겐 새삼스러울 게 없는 일이었지만 문동주는 확실히 조금 달랐던 모양이다.
정우람은 “동주는 워낙 영리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바로 시도해보려고 하는 용기가 있더라. 알려줘도 연습을 충분히 해서 확신이 서야 실전 경기에 사용할 수 있다. 전쟁터 같은 경기에선 공 하나로 승부가 갈린다. 배웠다고 해서 경기에 바로 쓰기가 진짜 쉽지 않다. 그런데 동주가 바로 체인지업을 경기 때 던지겠다고 하길래 놀랐다”고 이야기했다.
정우람은 “연습 때 던져보고 확신이 서면 경기에 던져라. 아니면 안 던져도 좋다”고 말했지만 문동주는 “쓸 수 있는 상황에 써보겠습니다”라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나서 첫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대전 SSG전. 문동주는 총 5개의 체인지업을 던졌다. 3회 최주환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홈런을 맞기도 했지만 과감하게 시도한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정우람은 “기존에 동주가 던지던 체인지업은 140km대 초반이었는데 그날 130km대 중반으로 구속을 줄였다. 결과가 어쨌든 볼 스피드 차이를 만든 게 중요하다. 선발투수로서 여러 가지 변화구를 스피드별로 던질 수 있으면 타자들이 헷갈리게 된다. 변화구 자체의 스피드를 조절할 줄 알면 야구하기가 더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문동주는 정규시즌을 마친 뒤 정우람에게 “체인지업 꼭 마스터하고 오겠습니다”라고 약속했다. 문동주는 마무리캠프 기간 대전에 있는 1군이 아니라 서산의 2군 퓨처스 팀에서 교육리그로 실전을 추가 소화하고 있다. 이 기간 ‘정우람표 체인지업’을 연마하고 오겠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정우람은 “넌 체인지업보다 더 좋은 것들이 많다. 체인지업 마스터를 시도하되, 거기에 너무 얽매이진 마라”는 당부의 말을 해줬다.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문동주는 최고 158km 강속구뿐만 아니라 각도 큰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가공할 만한 위력을 떨쳤다.
지금 구종만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그런데도 만족하지 않고 체인지업 장착에 욕심을 내며 마무리캠프 테마로 삼고 있다. 그런 문동주가 정우람도 기특하지 않을 수 없다. 정우람은 “동주가 아프지 않고 교육리그를 잘 마무리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