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가 벌써 주전 후보로 떠올랐다. 한화 신인 외야수 유상빈(22)이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 데에는 1군 17경기면 충분했다.
인천고-강릉영동대 출신 좌투좌타 외야수 유상빈은 지난해 이맘때 육성선수로 한화에 입단했다. 드래프트에서 이름이 불리지 않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2분 만에 한화 구단으로부터 제의가 왔다. 충남중 투수코치 시절 상대팀 동산중 유상빈을 인상 깊게 본 정민혁 한화 스카우트 파트장이 빠르게 연락을 취했다.
그때만 해도 흔한 육성선수 중 한 명이었지만 1년 만에 유상빈은 자신의 이름 석자를 한화 팬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2군 퓨처스리그에서 62경기 타율 2할9푼4리 59안타 3홈런 31타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전에도 뛰었다. 이 같은 활약을 인정받아 지난달 13일 정식선수로 전환돼 1군 무대에 데뷔했다.
1군 17경기에서 유상빈은 46타수 15안타 타율 3할2푼6리 4타점을 기록했다. 2루타 5개로 날카로운 타구 질을 보였고, 홈 최종전이었던 지난 6일 대전 키움전에선 연장 11회 짜릿한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을 빼고 확실한 주전을 찾지 못한 한화 외야에 한줄기 빛이자 희망으로 떠올랐다.
짧지만 강렬했던 17경기. 수베로 감독도 유상빈에게 꽂혔다. 수베로 감독은 “우리 외야는 대부분 유망주들로 이뤄져 있다. 이제는 이 선수들이 유망주 티를 벗고 주전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유상빈처럼 ‘나도 있다’는 식으로 감독과 팬들에게 무력 시위를 해야 한다. 유상빈은 위축되지 않고 압박감을 즐길 줄 아는 선수”라며 “내년 시즌 외야 구상에 있어 유상빈이 좋은 자리에 있을 것이다”고 주전 후보로 기대했다.
유상빈은 “고교 졸업 시절 지명을 받지 못했을 때는 많이 슬펐다. 지난해 지명이 안 될 때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명 종료 후) 2분 만에 바로 한화에서 연락이 와서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리며 “지명 선수는 아니지만 외야 형들과 경쟁하고 싶었다. 운 좋게도 최원호 퓨처스 감독님이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다. 외야 수비에서 디테일이 부족했는데 고동진 코치님에게 많이 배웠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1군 17경기로 내년 기대감을 크게 높인 유상빈은 “한 달 정도 시간이었는데 경기 나갈 때마다 정말 행복했다. 데뷔전(9월14일 대전 KT전) 대기 타석에서 스윙 연습을 할 때부터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잘 들렸다. 어릴 때부터 꿈꿨던 것을 이루던 날이라 잊을 수 없다”며 “상대 투수가 외국인이든 좌완이든 나의 밸런스와 타격감이 좋을 때는 다 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한다”고 말했다.
유상빈은 올 겨울 호주프로야구(ABL) 질롱 코리아 소속으로 실전 경험을 계속 쌓는다. 장재영(키움), 김도영(KIA), 송찬의(LG) 등 각 팀의 유망주들이 한 팀을 이뤄 내달 11일부터 2개월 넘는 시즌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외야수 홍창기(LG)가 대표적인 질롱 코리아 출신이다. 유상빈은 “올해 1년을 뛰면서 느낀 부족한 점을 마무리캠프와 호주에 가서 보완하겠다”며 “기대가 실망이 되지 않게 하고 싶다. (주전 후보로 주목한) 감독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