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KBO리그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투수가 메이저리그 올스타가 됐다. 나아가 가을야구 영웅으로 떠올랐다. 뉴욕 양키스 좌완 투수 네스터 코르테스(28)가 그 주인공이다.
코르테스는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최종 5차전에 선발등판, 5이닝 1실점 호투로 가을야구 개인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15일 2차전에서 5이닝 92구 2실점 이후 불과 3일 쉬고 나선 ‘벼랑 끝’ 경기에서 호투하며 양키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다. 지난 2013년 드래프트에서 36라운드 전체 1094순위로 양키스에 뽑힌 코르테스는 지명 순위가 말하듯 유망주와 거리가 멀었고, 룰5 드래프트를 통해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한 201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4경기 등판에 그친 뒤 양키스로 돌아갔다.
2019년 양키스에서 불펜으로 평균자책점 5.67으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한 채 양도 지명된 뒤 시애틀 매리너스로 옮겼다. 2020년 5경기 1패 평균자책점 15.26으로 처참한 성적을 낸 뒤 방출됐고, 마이너 계약으로 다시 양키스 유니폼을 입었다. 2021년 5월말 빅리그 콜업을 받기 전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며 불안전한 신세가 이어졌다.
이때 코르테스는 해외 리그도 생각했다. 마침 양키스 마이너리그에서 인연이 있는 호세 로사도(48) 투수코치가 KBO리그 한화에 몸담고 있었다. 지난해 5월 중순 한화는 외국인 투수 닉 킹험이 광배근 부상으로 이탈한 뒤 재활이 길어질 것을 대비해 대체 외국인 투수를 물색했다. 이 당시 코르테스는 로사도 코치를 통해 한국행 의사도 내비쳤다. 그때만 해도 코르테스는 크게 매력적인 선수가 아니었고, 킹험의 재활도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5월말 코르테스가 빅리그에 콜업되면서 한국행은 없던 일이 됐다.
코트테스는 불펜으로 호투하더니 후반기 대체 선발로 시작해 로테이션에 안착했고, 올해는 선발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냈다. 28경기(158⅓이닝) 12승4패 평균자책점 2.44 탈삼진 163개로 깜짝 활약, 데뷔 첫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평균 91.8마일(147.7km) 포심 패스트볼로 빅리그 기준에서 빠른 공은 아니지만 지난해 장착한 커터와 변칙 투구가 강점이다. 스리쿼터와 사이드암을 오가며 키킹 동작도 빠르게 느리게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여러 폼으로 던지는 데도 커맨드가 안정적이다.
로사도 코치는 “지난해 킹험이 다쳤을 때 코르테스와 이야기가 오간 적이 있다. 한국에 오고 싶어 한 마음이 있었다”고 떠올리며 “양키스에 있을 때부터 코르테스의 가능성을 봤다. 구단에서 방출하려고 할 때마다 ‘남겨야 한다’며 싸우기도 했다. 실제 방출됐다 다시 양키스에 돌아오는 과정이 있었다. 그런 어려움을 딛고 지금 이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코르테스는 “당신이 없었으면 많은 것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며 로사도 코치에게 고마워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6월17일 ‘MLB.com’에 의해 소개되기도 했다. 2013년 7월 코르테스가 계약 후 처음 찾은 양키스 훈련장에서 로사도 코치를 만났다. 양키스 구단 수뇌부가 크게 기대하지 않은 선수였지만 메이저리그 올스타 2회에 빛나는 좌완 투수 출신 로사도 코치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해낼 선수”라고 장담했다. 코르테스의 트레이드마크인 다양한 팔 각도도 루키리그 시절 로사도 코치와 캐치볼을 하면서 시작됐다.
로사도 코치는 “사이드암으로 던진 첫 날부터 이전에 던져본 것처럼 능숙하게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단 하루면 충분했다. 매우 다재다능하고, 투수코치의 꿈 같은 선수”라며 “코르테스가 월드시리즈에서 던지는 것을 봐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난 그가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는 도전이 있는 곳으로 간다. 도전이 커질수록 더 긍정적으로 좋아진다”고 말했다. 양키스는 이제 월드시리즈로 가는 마지막 관문, 휴스턴 애스트로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를 남겨놓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