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사 첫 형제 맞대결이 벌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포수 오스틴 놀라(33)와 필라델피아 필리스 선발투수 애런 놀라(29)가 그 주인공들이었다. 빅리그 데뷔는 애런 놀라가 먼저 하면서 ‘선배’였지만, 오스틴 놀라가 친형이었다.
동생 놀라는 지난 2015년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해 지난 2018년 내셔널리그 올스타로 뽑혔다. 형 놀라는 동생보다는 늦은 2019년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날 펫코파크에는 두 형제의 부모도 있었다. 아버지 AJ 놀라와 어머니 스테이시 놀라가 큰아들과 작은 아들의 경기를 보러 야구장을 찾은 것이다.
이날 경기는 큰 아들 오스틴 놀라가 있는 샌디에이고와 작은 아들 애런 놀라가 있는 필라델피아의 2022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2차전이 열린 날이다.
경기 결과는 샌디에이고의 8-5 역전승. 형제간 희비는 엇갈렸다. 부모 마음은 웃지도 웃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형 오스틴 놀라는 팀 역전승에 힘을 보탠 적시타를 쳤고, 동생 애런 놀라는 6실점 부진으로 패전을 안았다.
첫 맞대결은 동생이 먼저 웃었다. 샌디에이고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2회초 4실점을 한 뒤 샌디에이고가 2회말 반격에 나선 상황. 동생 놀라가 백투백 홈런을 얻어맞으며 2실점으로 쫓겼다. 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2회를 넘겼다. 김하성을 유격수 앞 땅볼, 그리샴을 1루수 직선타로 잡은 뒤 2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한 개는 형 놀라를 3루수 앞 땅볼로 처리하면서 만들었다.
4회까지 동생 놀라의 호투로 필라델피아가 4-2로 앞섰다. 그러나 두 번째 형제 맞대결에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5회말 동생 놀라가 흔들렸다. 첫 타자 김하성에게 좌전 안타를 내준 놀라는 그리샴을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추가 실점이 나왔다. 형 놀라에게 적시타를 뺏겼다.
샌디에이고의 히트 앤 런 작전이 나왔다. 김하성이 빠르게 달렸고 형 놀라가 동생의 4구째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때렸다. 김하성이 1루에서 홈까지 바람처럼 질주해 오스틴 놀라는 1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아버지인 A.J 놀라는 “내 인생 최고의 이닝이자 최악의 이닝이었다”고 했다. 자식들의 맞대결을 보면서 형은 웃고, 동생은 웃지 못했다. 부모 마음은 충분히 그럴만 했다.
A.J 놀라는 두 아들이 속한 팀 유니폼을 모두 입고 있었다.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고,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더 껴 입은 상태로 인터뷰를 했다.
형제의 어머니 스테이시 놀라는 “둘 다 경기가 시작되면 형제가 아니다. 그들의 사고방식을 보면 형제가 아니다. 한 명은 ‘파드레’, 다른 한 명은 ‘필리’다”라며 각자 속한 팀을 위해 뛰는 두 아들을 존중했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