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44홈런 이후 홈런왕의 위용을 잃어버린 김재환(두산)이 KBO리그 통산 홈런 1위에 빛나는 이승엽 감독을 만나 부활할 수 있을까.
2022시즌 창단 첫 9위 및 최다패(82패) 수모를 겪은 두산. 부진 원인 중 하나는 4번타자 김재환의 장타 실종이었다. 시즌에 앞서 KBO리그 역대 FA 총액 3위에 해당하는 4년 115억원에 두산에 잔류했지만 128경기 타율 2할4푼8리 23홈런 72타점 OPS .800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슬럼프가 장기화되며 8월까지 타율이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9월부터 반짝 반등하며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지만 그는 원래 40홈런을 치던 타자였다.
잠실거포의 부진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중심을 잡아야할 4번타자가 침묵하며 클린업트리오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고, 이는 타선 전체가 무기력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한때 막강 화력을 뽐냈던 두산 타선은 2022시즌 팀 홈런(101)과 장타율(.365)이 모두 리그 8위에 그쳤다. 4번타자의 홈런이 23개, 장타율이 .460으로 저조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사령탑의 지휘 아래 뉴 베어스가 탄생하기 위해선 4번타자가 무조건 타선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난 18일 취임식에서 이승엽 신임 감독은 “김재환이 올해 홈런 23개를 쳤다. 두산의 장타는 4번타자가 쳐줘야 한다. 30개 이상 쳐야 시너지효과로 3, 5, 6, 7번타자까지 많은 장타력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강조하며 “김재환, 양석환에 앞으로 합류할 외국인타자까지 장타력을 발휘한다면 그 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장타를 날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투수친화적인 잠실구장을 감안한 구체적인 목표치도 제시했다. 이 감독은 “잠실구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이 큰 구장에서 홈런을 40개, 50개 친다는 건 무리가 있다”라며 “2루타, 3루타의 연장선이 홈런이기 때문에 2루타를 많이 치는 타격이 필요하다”라고 지휘 방향을 넌지시 밝혔다.
두산 공식 유튜브 채널에 따르면 이 감독은 18일 취임식에 앞서 4번타자 김재환을 직접 만나 그 동안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부진의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논의하는 미팅을 통해 115억 거포 살리기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이 감독은 “팀 홈런이 101개더라. 4번타자가 40개를 쳤으면 130개까지 올라갔을 텐데. 타율도 2할5푼이다. 6월에는 2할4푼 정도 쳤으니 팀 타율보다 낮다”라고 돌직구를 날리며 “연습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한 데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네가 무엇이 문제인지 그걸 고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론 코토 코치가 잘하시겠지만 네 스스로 뭐가 문제였는지 파악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자타공인 KBO리그를 대표하는 레전드 홈런타자다. 통산 홈런 1위(467개),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 1위(56개)를 비롯해 최연소 100홈런(22세 8개월 17일), 최연소·최소경기 200홈런(24세 10개월 3일, 816경기), 최연소·최소경기 300홈런(26세 10개월 4일, 1,075경기), 7시즌 연속 시즌 30홈런 등의 다양한 홈런 기록을 갖고 있다.
홈런 레전드와의 미팅은 벌써부터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김재환은 이 감독과 짧은 미팅을 가진 뒤 “사실 (이승엽 감독님이) 믿기지 않는다. 미팅 후 내 스스로에게 독해져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다가오는 스프링캠프 맹훈련을 예고했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