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마무리투수’ 오타니 쇼헤이(28·LA 에인절스)를 볼지도 모르겠다.
메이저리그 최초 규정이닝-규정타석 시즌을 보내며 투타겸업으로 또 한 번 역사를 쓴 오타니가 지난 18일 일본에 귀국했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에 따르면 25개사 52명의 취재진이 하네다공항에 집결해 인산인해를 이뤘고, 공항 내에서 22분간 회견이 진행됐다.
가장 큰 관심은 내년 3월 열리는 WBC 참가 여부.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스승 구리야마 히데키 일본대표팀 감독이 지난 8월 미국으로 건너가 오타니와 WBC 관련 대화를 나눴고, 페리 미나시안 에인절스 단장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면서 오타니에게 WBC 출전 여부를 전적으로 맡겼다.
오타니는 “구리야마 감독과 한 번 이야기했지만 아직 참가를 결정하진 않았다. 천천히 몸을 만들면서 생각하고 싶다”며 “지난번 WBC(2017년)에선 발목 부상이 있었고, 타이밍도 맞지 않았다. 좋은 몸 상태로 컨디션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시기적으로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제를 달았다.
출전 거부는 아니다. 어느 정도 컨디션만 갖춰지면 출전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오타니는 “일본에서 뛸 때부터 WBC에 나가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일장기를 짊어지고 싸우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참가를) 긍정적으로 본다”며 출전 의지를 보였다. 오타니는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에 참가했지만 WBC는 경험이 없다.
참가를 결정한다면 WBC에서도 투타겹업을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타격은 시기상으로 문제가 없지만 투구는 다르다. 선발로 60~70구 정도 던지기 위해선 빨리 페이스를 끌어올려 준비해야 한다”며 “기용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반응을 나타냈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리는 WBC는 투수 보호를 위한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다. 직전 대회인 2017년에는 1라운드에서 선발투수는 최다 65구로 제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 시즌에 비해 한 달가량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투수든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선발이 아닌 불펜이라면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단기전이기 때문에 꼭 선발을 고집하진 않겠다”는 오타니는 “선발이 아니라면 준비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투수로 메이저리그 4시즌 통산 6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섰다. 일본에서는 2016년 클라이막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5차전에서 세이브를 거둔 게 유일한 마무리 경험.
‘마무리’ 오타니가 된다면 일본을 상대하는 팀들은 경기 후반 뒤지고 있을 때 상당한 중압감에 짓눌릴 것이다. 일본과 같은 B조에 속한 한국도 이에 대비를 해야 한다. WBC 1라운드 한일전은 내년 3월10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