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여우' 김재박 전 감독이 인정하는 또 한 명의 '그라운드의 여우' 탄생 예고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삼성 라이온즈의 부활을 노린다
한국프로야구 원조 ‘그라운드의 여우’를 꼽자면 단연 김재박(68) 전 현대 유니콘스와 LG 트윈스 감독이다. 김 전감독은 화려했던 선수 시절은 물론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위업을 달성한 감독 시절에도 야구판의 ‘여시’로 유명했다.
‘그라운드의 여우’로 선수와 감독 시절을 수놓았던 김재박 전 감독이 인정하는 새로운 감독이 탄생했다. 김 전감독과 포지션도 같은 유격수 출신에 현대 유니콘스에서 함께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던 박진만(46)이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고 18일 삼성 라이온즈 제16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박진만 감독은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천만원, 옵션 년 5천만원 등 3년간 최대 12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스승’ 김재박 전감독은 ‘제자’ 박 감독의 정식 사령탑 취임을 축하하면서 “앞으로 명장으로 성장할 감독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야구를 알고 하는 스타일이었다. 감독으로서도 ‘여우’같은 재주를 부릴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자신을 잇는 ‘그라운드의 여우’ 감독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감독은 “박진만 감독이 올 시즌 중반부터 대행으로서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경기를 읽는 감각과 결단력 등 감독으로서 자질을 충분히 갖췄다”면서 “선수시절부터 성격이 차분하고 끊임없이 연구하는 노력형이었다. 재능있는 고졸 유망주 출신으로 프로 입단 하자마자 주전 유격수로 키웠는데 많은 훈련을 소화해내며 특급 수비수로 성장하는 모습이 대단했다. 수비 능력에 비해 좀 부족했던 타격도 본인이 열심히 노력해서 나중에는 공수를 겸비한 완전체 유격수로 자리잡았다”며 박 감독의 선수 시절을 회고했다.
김 전감독의 평처럼 박 감독은 이미 감독대행으로서 충분한 역량을 보여줬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하며 선수단을 잘 이끌었다. 그 결과가 정식 사령탑으로 승격하게 된 셈이다.
1996년 현대 유니콘스 입단으로 KBO커리어를 시작한 박진만 감독은 FA(자유계약선수)가 된 2005년 삼성 라이온즈로 팀을 옮긴 후 팀의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프로 통산 20시즌 동안 1993경기에 출전하며 1574개의 안타와 153개의 홈런을 기록한 후 은퇴한 박 감독은 2017년부터 5년간 삼성 라이온즈의 수비 및 작전 코치를 역임하며 탄탄한 수비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추구로 팀의 체질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22년 퓨처스 감독으로 선임된 박진만 감독은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신인 발굴과 이기는 DNA접목이라는 2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팀을 이끌었고, 8월 1군 감독 대행으로 팀을 맡은 후에는 9월 이후 승률 1위(0.621)를 기록하는 등 위기에 빠진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신인 및 고참급 선수들의 혼연일체 속에서 시즌 끝까지 파이팅 넘치는 경기로 팬들의 성원을 받은 바 있다.
내유외강 스타일의 준비된 지도자로서, 원활한 소통으로 선수단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박진만 감독은“선수단 모두가 혼연일체의 마음으로 팬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박진만 신임 감독 취임식은 선수단 마무리 훈련에 맞춰 추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프로야구 감독사에서 김재박-유중일-김태형으로 이어진 '여우' 감독의 계보를 박진만 감독이 이어나갈지 지켜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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