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이 두산 베어스의 제11대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두산 베어스는 1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 구내식당에서 이승엽 감독의 제11대 감독 취임식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승엽 감독은 이 자리에서 등번호 77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으며 두산 사령탑으로 공식 취임했다. 두산 전풍 대표이사, 김태룡 단장, 주장 김재환으로부터 차례로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이 감독은 지난 14일 3년 총액 18억원(계약금 3억원, 연봉 5억원)에 두산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됐다.
이 감독은 경북고를 거쳐 1995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해 통산 1096경기 타율 3할2리 467홈런 1498타점을 기록했다. 최우수선수(MVP) 및 홈런왕을 각각 5차례, 골든글러브를 10차례 수상했으며 통산 홈런 순위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일본프로야구에서도 2004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활약하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2차례 경험한 바 있다.
이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금메달(2008년), 동메달(2000년), 아시안게임 금메달(2002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3위(2006년) 등의 성과를 이끌며 국민타자로 불렸다. 2017년 은퇴 후에는 KBO리그 해설위원으로 견문을 넓혔으며, 이승엽야구장학재단을 운영해 풀뿌리 야구 문화 정착에 힘썼다.
다음은 이승엽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두산 유니폼을 처음 입은 소감은
항상 파란 유니폼을 입다가 네이비 컬러를 입게 됐다. 야구는 다 똑같다. 팀을 많이 옮겨봤기 때문에 그렇게 어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처음 입었는데 나쁘지 않다. 어울린다.
-등번호 77번 의미는
7을 굉장히 좋아한다. 언젠가 지도자가 되면 77번을 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자 첫걸음인 두산 베어스에서 이 번호를 달게 됐다.
-삼성 팬들과 박진만 감독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받은 큰 사랑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가슴 속에 갖고 있겠다. 박진만 감독은 동기다. 시드니올림픽부터 베이징올림픽까지 국제무대에서 함께 뛰었던 좋은 친구다. 이제 상대로 만나게 됐는데 친구보다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두산 승리를 위해 뛸 것이며 박진만 감독도 그럴 것이다. 젊은 감독들이 중심이 돼서 떠난 프로야구 팬들이 조금이라도 돌아올 수 있도록 좋은 경기하겠다.
-새로운 코치진 구성 배경을 알고 싶다
김한수 코치는 처음 프로에 왔을 때부터 팀 동료였다. 더 나아가 주장이었다.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는 코치, 은퇴할 때는 감독이었다. 선수와 스태프를 모두 경험해본 분이다. 나에 대해 잘 알고 나 또한 김한수 코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언젠가는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기회가 됐다. 경험이 없는 감독 출신으로서 수석코치 역할을 믿는다. 좋은 호흡으로 두산을 더 훌륭한 팀으로 만드는 게 목표다. 고토 코치는 몇 년전 두산의 코치를 하셨고 올해까지 일본 명문 요미우리에서 코치생활을 하셨다. 두산에서 선수들과 융화가 뛰어났다. 신뢰도 컸다. 구단 요청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다. 조성환 코치는 나와 동년배다. 롯데 시절부터 잘 봤고, 한화 코치 시절도 지켜봤을 때 이 친구라면 함께 좋은 팀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두산의 어떤 부분을 가장 강하게 만들고 싶나
다 강하게 만들고 싶다. 올 시즌은 팀 평균자책점도 4점대, 타율도 2할5푼이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실책이었다고 본다. 실책이 많으면 경기 향방이 갑자기 바뀌기 때문에 상실감이 들 수 있다. 타격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실수로 상대에게 기회를 주면 안 된다. 수비적인 면에서 보충을 하고 싶다. 내년 시즌에는 조금 더 단단한 야구, 실수를 하지 않는 야구를 해서 예전처럼 두산을 활기찬 팀으로 만들어보고 싶다.
-학교폭력 논란에 쉽싸인 김유성, 이영하 등 헤쳐 나가야 할 과제도 있다. 두 선수 관련해서 입장을 듣고 싶다
민감한 부분이다. 어려운 부분이다. 구단으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김유성 선수는 충분히 사과, 화해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피해자 부모님께서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나라도 필요하면 나도 함께 가서 사과를 드릴 용의가 있다. 김유성 선수가 피해자께 진심으로 사과를 했으면 좋겠다. 아직 선수를 만나보진 못했다. 이영하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고 들었다. 감독 입장에서는 좋은 선수들이 빨리 합류해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다만 우리가 할 일은 많지 않다. 선수가 해결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향한 진심 어린 사과, 화해가 필요하다.
-밖에서 봤을 때 두산의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박세혁이 FA다. 혹시나 박세혁이 떠난다면 포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좋은 포수가 있으면 야수진, 투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만약 우리 팀에서 필요한 포지션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포수라고 말씀드릴 것이다.
-눈에 띄는 젊은 선수는
안재석을 유심히 봤다. 충분히 대스타로 갈 수 있는 자질이 보였고 밖에서 봤을 때 지금보다 더 높은 곳, 더 좋은 성적을 내야할 선수라고 본다. 아직까지 포텐이 터지지 않는 것 같다. 그 선수를 조금 더 좋은 선수, 훌륭한 선수, 상대팀에서 볼 때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로 만들고 싶다. 투수 쪽에서는 정철원이 올해 워낙 좋은 투구를 해줬다. 어린 선수임에도 대스타처럼 대단한 투구를 해줬다. 그 선수도 한 번 지켜보면서 올 시즌 보여줬던 게 다가 아니라는 걸 확인시키고 싶다. 관리를 잘해서 어린 선수들이 두산에서 더 좋은 모습, 길게 갈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만들겠다.
-두산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고 싶나
계약하기 전에 전풍 사장님을 만났다. 강조하신 첫 번째가 소통이었다. 선수단, 코칭스태프, 프런트와 커뮤니케이션을 잘해달라고 했다.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다. 원팀이 되기 위해 삼위일체를 강조하셨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같은 팀 내에서 프런트, 선수, 코칭스태프가 한마음이 돼야 한다. 좋을 때 같이 즐기고 슬플 때 아픔을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하고 싶다. 형님 정도는 아니겠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회는 동등하게 줄 것이다. 분명히 스무살, 마흔살 똑같이 줄 것이다. 어떤 선수가 진중하게 진심을 다해서 플레이하느냐과 관건이다. 연습과정을 보면서 조금 더 열심히 하는 선수, 야구에 몰입하는 선수에게 마음이 가지 않을까 싶다. 대스타, 신인 모두 동등하다. 거기서 결과를 내라. 결과를 내는 선수들이 경기에 나설 것이다.
-감독 선임 후 어떤 말을 가장 많이 들었나
가족들이 정말 많이 축하해줬다. 내가 야구선수였고 꿈이 다시 야구로 언젠가는 돌아가는 것이었다. 매일 보는 아내, 아이들은 그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두산에서 기회를 주셨고 그걸 잡았기 때문에 가족들은 그걸 좋아하고 있다. 남편 스트레스는 아직 생각 안하는 것 같다(웃음). 고개를 숙이고 겸손하게 주위 사람을 챙기라는 말을 들었다. 지인들은 왜 어려운 선택을 하냐고 했다. 지금이 더 편할 텐데 앞으로 힘들어 질 텐데. 23년간 선수생활 하면서 항상 스트레스, 압박감, 승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게 내 천직이다. 유니폼 입은 모습을 걱정해주시는 분도 많으시지만 유니폼을 다시 입을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
-19일부터 마무리훈련을 지휘한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며칠 정도는 많은 선수들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고 싶다. 9위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타격, 투수 밸런스가 맞지 않았고 수치도 지난해와 다르게 많이 떨어졌다. 올해 문제점이 뭐였는지, 왜 9위를 했는지 생각해서 내년을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선수생활 때 연습량이 적지 않았다. 반복 연습을 해보고 싶다. 연습이 되지 않으면 경기에서 긴장했을 때 자연스러운 플레이가 나오지 않는다.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최근 몇 년간 계속 한국시리즈에 올라갔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에 복습훈련을 하지 못했다. 올해 9위를 해서 마무리 훈련 시간이 생겼다. 특히 수비에서 많은 반복 연습, 대화를 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훨씬 달라진 두산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홈런타자답게 두산의 장타력 강화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재환이 올해 홈런 23개를 쳤다. 우리 팀의 장타는 4번타자가 쳐줘야 한다. 30개 이상 쳐줘야 시너지효과로 3, 5, 6, 7번까지 많은 장타력을 기대할 수 있다. 김재환, 양석환에 앞으로 합류할 외국인타자까지 장타력을 펼쳐준다면 뒤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많은 장타를 날릴 것이다. 잠실구장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이 큰 구장에서 40개, 50개 치기가 무리가 있다. 2루타, 3루타, 그 연장선이 홈런이기 때문에 2루타를 많이 치는 타격이 필요하다.
-지도자 롤모델은
23년 하면서 수많은 감독님들을 모셨다. 선수로서 느낀 각 지도자들의 장점을 닮고 싶다. 누구를 롤모델로 꼽기보다는 이승엽 감독다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구단과 FA 관련해서 교감을 나눈 부분이 있나
구체적으로 말씀드린 건 없다. 취약한 포지션이 포수라고만 말씀드렸다.
-기본기를 탄탄하게 하기 위한 훈련법이 있나
난 편한 스타일이다. 빡빡하지 않다. 편안하게 해줄 수 있는 전제조건은 선수들이 알아서 훈련을 해야 한다. 다들 프로 선수라 '이래라 저래라'하기도 힘들다. 지시 내리기 전에 선수들이 알아서 스스로 했으면 좋겠다. 경기에서는 엄해질 것이다. 난 현역 시절 나름 최선을 다했다. 열심히 뛰고 치고 수비하는 건 당연하다. 본헤드플레이, 실책, 실수가 나올 수 있지만 그게 잦아지면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경기장에서 조금 더 집중해서 모든 걸 쏟아붓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나태한 플레이, 태만한 플레이 나오면 간과하지 않겠다.
-이승엽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는
디테일, 데이터, 스몰볼, 빅볼 모두 중요하다. 야구는 144경기하면서 수만가지 상황이 나온다. 변화가 많다.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하고 싶다. 1점이 필요할 때는 스퀴즈번트가 필요하다. 상대가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롭게 만나는 두산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5년 동안 현장을 떠나있어서 계약 확정되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다시 서바이벌에 돌아왔구나. 이 힘든 곳을 다시 돌아왔구나. 내 의지대로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결과를 낼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떻게 준비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난 야구를 좋아한다. 앞으로도 좋아할 것 같다. 우리 선수들과 화합해서 내년 이맘때는 마무리훈련이 아닌 경기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
-감독 이승엽의 팬서비스도 궁금하다
많은 분들이 아실 것이다. 선수 때 크고 작은 실수를 했다. 실수를 했기에 또 얻는 게 있는 것 같다. 팬들에게 더 낮은 자세로 가겠다. 선수 때 더 가깝게 못갔지만 이제는 여유를 갖고 팬들에게 다가서는 동네 아저씨처럼 편안한 감독이 되고 싶다.
-내년 시즌 어떤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올해 9위를 했다. 작년까지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다. 이 9위라는 팀을 당장 내년에 우승시키겠다, 플레이오프로 이끌겠다는 발언은 섣부르다. 아직 선수들을 만나보지도 못했다. 이른 감이 있다. 순위는 아직 말씀드릴 수 없다. 순위는 내년 캠프 거치면서 나올 것 같다. 다만 올해보다 더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은 드릴 수 있다.
-감독 이승엽의 궁극적인 목표는
길게 보지 않았다. 선수생활 이후 이루고 싶은 꿈이 감독이었다. 꿈에 그리던 감독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제는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려야하지 않을까 싶다. 3년 안에는 한국시리즈에서 한 번 야구를 해보고 싶다. 그러면 감독 생활 첫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쉽지 않겠지만 한 번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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