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출신 3루수 황재균(KT)의 포스트시즌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가을야구에 앞서 테이블세터의 중책을 맡았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그가 위치한 2번 차례만 되면 흐름이 끊긴다.
황재균은 지난해 KT의 주장을 맡아 창단 첫 통합우승을 이끈 우승 캡틴이다. 한국시리즈 4경기서 타율 2할8푼6리 1홈런 5타점 장타율 .643의 파워를 뽐내며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12월 4년 총액 60억원에 KT와 두 번째 FA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FA 첫해 성적은 실망스러웠다. 정규시즌서 141경기 타율 2할6푼2리 10홈런 64타점의 부진을 겪으며 2018년 KT 입단 후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했다. 그래도 10월 들어 타율 3할1푼8리 1홈런 5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하며 가을 활약이 기대됐지만 지금까지 치른 3경기서 단 1개의 안타도 치지 못했다.
부진의 시작은 지난 13일이었다.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병살타 1개를 포함 4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침묵하더니 16일 키움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다. 전날 2차전에서는 5회 볼넷과 7회 사구로 멀티출루에 성공했지만 1회 무사 1루서 3구 삼진, 2회 1사 1, 2루서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었다. 황재균의 포스트시즌 3경기 성적은 13타석 11타수 무안타다.
황재균은 원래 큰 경기에 강한 선수였다. 롯데 시절이었던 2010년 준플레이오프서 5경기 타율 3할3푼3리로 활약했고, 2012년에는 준플레이오프 4경기 타율 3할5푼7리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 3할1푼3리를 때려냈다. 태극마크를 달고 나선 국제대회에서도 잘 쳤던 기억이 많다. 다만 KT의 첫 가을야구였던 2020년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타율 1할8푼8리의 부진을 겪었다.
2연패를 위해 갈 길이 먼 KT는 주전 리드오프 조용호와 유격수 심우준이 부상 이탈한 상태다. 조용호는 훈련 도중 허리를 삐끗하며 시리즈 아웃됐고, 심우준도 예상치 못한 어깨 담 증세로 전날 휴식을 취했다. 그래도 다행히 선발 웨스 벤자민의 호투와 1회 박병호, 강백호 두 중심타자의 한방으로 2차전을 따냈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선 2번에 위치한 황재균의 반등이 필수적이다.
사령탑의 믿음은 두텁다. 냉정히 말해 황재균을 대신할 3루수도 없다.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이 그래도 수비는 잘해주고 있다”라며 “점점 좋아지길 바라야 한다. 어차피 해줘야할 선수다. 대체자도 없다”라고 우승 캡틴의 반등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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