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선호 기자] 어디서 많이 본 얼굴표정이었다. 19살 돌부처가 등장했다.
KT 신인 투수 박영현(19)이 가을 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KBO 준플레이오프 키움 히어로즈와의 2차전에 구원투수로 나서 2이닝을 퍼펙트로 막았다. 투구내용은 1탈삼진 무실점. 2-0 승리를 이끄는 세이브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KT는 필승맨 김민수을 기용할 수 없었다. 정규시즌 과도한 등판을 한데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나선터라 지쳐있었다. 이강철 감독이 선택한 카드는 19살 루키 박영현이었다. 올해 52경기에 출전해 1패2홀드, 평균자책점 3.56의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루키였다.
더구나 키움 타선은 리드오프부터 시작이었다.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자 두 점을 지키지 못할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지만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첫 타자 김준완을 3구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힘찬 출발을 했다. 까다로운 타자 대타 이용규는 좌익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타격천재 이정후, 푸이그와의 대결이었다. 이정후를 상대로 거침없이 연속 직구를 찔러넣었고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강심장 투구였다. 9회도 1사후 푸이그에게 홈런을 맞는 듯 했으나 볼의 힘에 눌렸고 좌익수 뜬공이었고, 대타 김웅빈은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믿기 힘든 2이닝 퍼펙트였다. 천재타자도 ML 타자도 속수무책이었다.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세이브를 신고하며 역대 최연소 기록( 만 19세 6일)을 경신했다. 두산 임태훈이 2007년 10월 23일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기록한 19세 25일을 갈아치웠다.
이강철 감독은 8회 깔끔하게 막아내자 9회도 마운드에 올렸고 박영현은 100% 응답했다. 특히 어디서 많이 봤던 얼굴 표정이었다. 무덤덤하고 돌부처 같은 얼굴, 바로 최고의 마무리 삼성 오승환의 표정과 흡사했다. 19살의 나이인데도 전혀 떨고 있지 않는 듯한 얼굴이었다.
박영현도 경기후 대선배 오승환을 언급했다. "이렇게 큰 경기에서 세이브 하게 될 줄 몰랐고 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뿌듯한 느낌도 있다. 경기도 오승환 선배님이 보셨을 것 같아서 나 나름대로 더 뿌듯하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KBO리그에 19살 돌부처가 새롭게 등장했다.
박영현이 완벽하게 경기를 끝내자 KT 더그아웃은 축제분위기였다. 시리즈 1승1패를 만들며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것이다. 불펜의 천군만마를 얻었다. 비단 이번 시리즈 뿐만 아니라 KT의 미래를 새롭게 얻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경기후 이강철 감독도 "오늘의 수확은 박영현의 재발견이었다"며 박수를 보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