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 양현종(KIA)이 추천한 이유가 있었다. 웨스 벤자민(29·KT 위즈)이 정규시즌에 이어 포스트시즌에서도 영웅 킬러 본색을 드러내며 위기의 팀을 구해냈다.
벤자민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키움 히어로즈와의 2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챙겼다.
벤자민은 지난 5월 18일 연봉 33만1000달러(약 4억원)에 KT맨이 됐다. 작년 통합우승을 이끈 윌리엄 쿠에바스의 팔꿈치 재활 장기화로 대체 외국인투수를 물색하던 KT의 레이더에 포착됐다.
벤자민은 입단 당시 KIA 에이스 양현종과의 인연으로 주목을 받았다. 2021시즌 빅리그 무대를 경험한 양현종과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이에 이강철 감독은 옛 제자인 양현종에게 그에 대한 정보를 물었다. 이 감독은 “(양)현종이가 벤자민을 적극 추천했다”라고 밝혔다.
양현종이 추천한 선수답게 1회부터 안정적인 투구를 펼쳤다. 타선의 2점 지원까지 이뤄진 가운데 1회 2사 후 이정후를 스트레이트 볼넷 출루시켰지만 김혜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했고, 2회와 3회 연달아 손쉬운 삼자범퇴 이닝을 치렀다.
4회 첫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다. 1사 후 이정후를 중전안타, 김혜성을 내야안타로 내보내며 1, 2루에 처한 것. 그러나 야시엘 푸이그와 김태진을 연속 삼진으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지었다.
하위타선을 만난 5회도 안정적이었다. 이지영, 신준우를 손쉽게 삼진으로 돌려보낸 뒤 송성문을 좌익수 뜬공 처리했다. 좌익수 앤서니 알포드의 그림 같은 점핑캐치 도움을 받았다. 5회까지 투구수는 불과 67개.
후반부에는 위기관리능력이 돋보였다. 6회 2사 후 이정후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김혜성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7회 2사 후 이지영과 대타 전병우의 연속안타로 처한 1, 2루 위기는 가을 남자 송성문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극복했다.
벤자민은 2-0으로 앞선 8회 루키 박영현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2차전을 마무리했다. 투구수는 정확히 100개. 안정적인 제구로 이상적인 스트라이크(73개)-볼(27개) 비율을 적어냈고, 최고 147km의 직구 아래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터 등을 곁들여 키움 타선을 압도했다. 정규시즌 키움전 4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78의 강세도 그대로 이었다.
KT는 벤자민의 호투에 힘입어 키움을 꺾고 시리즈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벤자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홀드에 이어 이날 승리까지 챙기며 새로운 가을 에이스의 탄생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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