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불펜 최다 이닝에 빛나는 김민수(KT·30)의 투혼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최근 거듭된 멀티이닝 소화로 무쇠팔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
김민수는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1차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2피안타 1볼넷 3실점으로 데뷔 첫 포스트시즌 패전을 당했다.
김민수는 3-4로 뒤진 7회말 1사 2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랐다. 투수교체는 적중했다. 올 시즌 KT 최고의 믿을맨답게 김혜성을 2루수 땅볼, 야시엘 푸이그를 좌익수 뜬공 처리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이후 8회초 위기 뒤 찬스를 이어받은 강백호가 적시타로 4-4 동점을 만들었다.
김민수는 8회말에도 등판해 선두 김태진의 2루수 땅볼로 순항했지만 이지영의 안타, 김휘집의 볼넷으로 처한 1사 1, 2루 위기서 송성문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결승점을 내줬다.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2스트라이크 이후 볼 4개를 연달아 던지며 내준 김휘집의 볼넷을 가장 아쉬워했다.
KT는 4-5로 뒤진 1사 1, 3루서 마무리 김재윤을 투입하며 추가 실점을 막으려 했지만 김재윤이 김준완의 희생플라이, 김지열의 2점홈런으로 추가 3실점하며 완전히 승기를 내줬다.
김민수는 올 시즌 프로 8년차를 맞아 76경기 5승 4패 3세이브 30홀드 평균자책점 1.90의 호투를 선보이며 최고의 승리조 요원으로 발돋움했다. 10개 구단 불펜투수 가운데 최다인 80⅔이닝을 소화했고, LG 정우영(35홀드)에 이어 홀드 부문 2위를 차지했다. KT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김민수의 공이 컸다.
김민수는 3위 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10월부터 잦은 등판과 함께 멀티이닝을 거듭 소화했다. 8일 광주 KIA전 1⅔이닝 무실점(34구)을 시작으로 10일 수원 NC전 1⅔이닝 1실점(23구), 11일 잠실 LG전 2⅔이닝 무실점(31구)으로 정규시즌을 마쳤고, 13일 KIA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1⅔이닝 무실점 23구 투혼으로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견인했다. 16일 경기까지 포함해 김민수는 최근 9일 동안 5경기서 무려 133구를 던졌다.
KT의 얕은 필승조 뎁스를 감안했을 때 김민수는 앞으로도 작년 두산의 가을 필승조로 불린 이영하, 홍건희처럼 승부처마다 잦은 기용이 예상된다. 또 포스트시즌 투수 엔트리에서 김민수보다 구위가 좋은 투수를 찾기도 어렵다. 원래 단기전은 필승조의 체력이 가장 많이 소모되는 시리즈이기도 하다.
KT는 2연패 도전 여정에서 이제 2단계인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렀을 뿐이다. 정규시즌 1위에 올라 밑에서 올라오는 여유롭게 기다렸던 작년과 달리 체력이 많이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이 있기에 언더독의 승리를 '업셋'이라고 표현한다. 창단 처음으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으로 가을을 시작한 KT가 체력 관리라는 새로운 변수를 어떻게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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