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백종인 객원기자] 7회 초. 홈 팀이 먼저 휘청거린다. 볼넷(무키 베츠)에 이어 강한 타구가 3루수를 통과한다. 매니 마차도가 멍하니 하늘을 본다. 그 표정이 화면에 클로즈업된다. 곧바로 몸(프레디 프리먼)에 맞는 볼이다.
무사 만루. 타석에는 4번 윌 스미스다. 초구를 큼직하게 띄운다. 베츠가 여유 있게 홈을 밟는다. 스코어는 2-0에서 3-0이 된다. 홈 팀 화력을 감안하면 충분하다. 벌써 5차전이 궁금해진다. (한국시간 16일 펫코 파크, 다저스-파드레스 NLDS 4차전)
돌아선 말(末) 공격이다. 홈 팀은 타순도 별로다. 7~9번이 나올 차례다. 기대치는 바닥에 깔린다. 다저스는 세번째 투수를 올린다. 토미 케인리다. 그런데 심상치 않다. 볼넷(프로파)-안타(그리샴)로 무사 1, 3루다. 다음 타구를 1루수가 못 잡고, 내야 안타(놀라)로 뒤바뀐다. 1점 주고, 계속된 1, 2루다.
관중석이 끓기 시작한다. 동시에 원정 팀 덕아웃에도 불이 난다. 바쁘게 전화(인터폰)를 돌린다. 4번째 투수 옌시 알몬테 호출이다. 하지만 이미 달궈졌다. 뜨거운 망치 한 방이 내려친다. ‘하성 킴’의 타구가 3루수 옆을 빠진다. 스코어 2-3에 무사 2, 3루다. 펫코 파크가 들썩인다. 그리고 동점타(소토)와 역전타(크로넨워스)가 드라마를 완성시킨다.
다저스의 패배는 충격적이다. 역사적인 111승 팀의 탈락이기 때문이다. LA타임스는 의외성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못이 망치에 박혔다, 그림자가 해를 가렸다.’ 그러면서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대상은 무차별이다. 사장, 감독, 코치, 선수 가리지 않는다. 특히 7회 빅이닝을 강렬하게 꾸짖는다. 투수 기용, 교체, 수비. 엉망진창이었다는 얘기다.
와중에 감독의 선수 탓까지 등장한다. 경기 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말이다. 김하성의 타구가 플레이할 수 있는, 그러니까 잡아서 병살도 시킬 수 있는 타구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게 야구”라며 슬쩍 말꼬리를 돌렸다.
하지만 금도를 넘는 얘기다. 타자는 그렇다 치자. 아니, 어쩌면 로버츠의 말이 맞는 지도 모른다. 제대로 맞은 타구는 아니다. 코스가 기가 막혔다. 그래도 그렇다. 자기 팀 3루수는 뭐가 되는 건가. 결정적 타구를 못 막은 ‘역적’이 되는 것 아닌가. 맥스 먼시의 얼굴이 화끈거릴 얘기다.
타임스는 소토에 허용한 도루에 대해서도 한 소리했다. 그 중요한 상황에서 걸어서 2루까지 가도록 놔두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직후에 적시타가 나왔다. 그걸로 2점차로 벌어졌다.
가장 큰 비난을 받은 부분은 역시 투수 기용이다. 역시 LA타임스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비판했다. 선발을 5이닝만 쓰도록 하는 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걸로 인해 불펜에 과부하가 걸리고, 결국 시리즈 전체를 망쳤다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서도 벤치의 허술함도 드러났다. 투수 교체에 착오를 일으킨 일이다. 7회 결승타를 맞기 직전이다. 좌타자 크로넨워스에 좌투수 알렉스 베시아를 등판시키는 과정이다. 불펜 예열이 필요해 시간을 끌라는 신호를 배터리에게 줬다. 그런데 전달이 안 됐다. 마운드의 알몬테가 크로넨워스에게 갑자기 초구를 던지고 말았다. 깜짝 놀란 로버츠 감독이 타임을 외치고, 부랴부랴 교체를 단행했다. 하지만 1볼에서 출발한 베시아는 결국 역전 결승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다저스의 가을은 을씨년스럽다. 늘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어수선하고, 번잡스럽다. 허둥거리고, 후회가 남는다. 매번 같은 얘기를 하게 된다. 선발 투수를 왜 그렇게 썼지? 투수 교체는 왜 그 모양이야? 무엇보다 이번 후유증은 간단치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