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중요한 1차전 승리를 가져갔지만 불펜운용에서 또 한 번 불안한 모습이 노출됐다.
키움은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4로 승리했다. 8회초 4-4 동점을 허용하며 큰 위기를 맞았지만 8회말 송성문의 결승 1타점 적시타, 김준완의 희생플라이, 임지열의 투런홈런으로 극복했다.
선발투수 안우진은 제 역할을 다했다.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교체됐지만 6이닝 3피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키움이 4-0으로 앞선 7회 교체돼 승리투수 요건도 갖췄다.
하지만 안우진이 마운드를 내려가자마자 불펜진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키움이 4-0으로 앞선 7회 김태훈이 먼저 등판했지만 박병호에게 솔로홈런을 맞았고 장성우에게도 안타를 내주며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하고 교체됐다.
김태훈에 이어서 마운드에 오른 최원태는 강백호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대타 김준태는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심우준에게 2타점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이후 대타 김민혁과 배정대를 범타로 처리하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다.
1점차 리드가 계속된 8회에는 양현이 마운드를 지켰다. 선두타자 황재균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양현은 알포드를 볼넷으로 내보내고 박병호에게 안타를 맞아 1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장성우는 좌익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결국 강백호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아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안우진의 승리도 함께 날아갔다.
키움은 다행스럽게도 8회 타선이 KT 필승조 김민수와 마무리투수 김재윤을 공략하는데 성공하면서 다시 4점차 리드를 잡았다. 마무리투수 김재웅은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은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 과정은 분명 험난했다. 안우진이 갑작스럽게 교체된 부분도 있지만 키움 불펜진은 후반기 불안했던 모습(불펜 평균자책점 6.04 리그 10위)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확실한 필승조가 없는 상황에서 부상에서 막 돌아온 김태훈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시즌 막바지 불펜으로 전환해 구원등판 경험이 많지 않은 최원태에게 무사 1, 2루 상황은 너무 가혹했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양현은 키움 벤치에서 교체 타이밍에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사이 31구를 던지며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홍원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양현이 8회를 책임지기로 플랜을 짰다. 양현이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공략을 할 수 있는 투수다. 본인의 임무는 충분히 잘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8회 양현을 길게 끌고 간 이유를 설명했다. 마무리투수 김재웅의 멀티이닝에 대해서는 “8회 김재웅은 준비하지 않았다. 포스트시즌 준비하면서 멀티이닝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는 것을 생각했다. 김재웅이 마지막 투수이기 때문에 다른 투수가 무너지는 것과 김재웅이 무너지는 것은 다르다. 멀티이닝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안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키움은 포스트시즌 불펜 강화를 위해 부상에서 막 복귀한 김태훈을 엔트리에 포함시켰고, 선발투수 최원태와 한현희가 불펜으로 이동한 상태다. 그럼에도 경기를 내줄 정도의 위기에 빠졌던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처음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는 김재웅이 기대대로 9회를 깔끔하게 막아준 것은 큰 소득이다. 키움 불펜진은 남은 시리즈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fpdlsl72556@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