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자책점 5.65. 아직 풀시즌을 치러보지도 않은 신인 투수가 벌써부터 국가대표로 거론되고 있다. ‘슈퍼루키’ 문동주(19·한화)의 재능은 어떤 감독이라도 쉽게 외면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문동주는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이었던 지난 3일 대전 SSG전에서 데뷔 첫 승을 신고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매직넘버 ‘1’로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을 노린 SSG를 상대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8탈삼진 4실점(3자책) 역투를 했다. 3회 최주환에게 투런 홈런을 맞고 수비 실책으로 시작된 위기에서 추가 1실점했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4~5회 연속 삼자범퇴로 막고 첫 승리 요건을 채웠다. 최고 157km 하이 패스트볼로 쓰며 낙차 큰 커브,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SSG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날 문동주의 투구를 이강철 KT 감독도 무척 인상 깊게 봤다.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대표팀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은 “문동주가 되게 좋더라.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줄 안다. 커브와 슬라이더를 유인구와 결정구로 자유자재로 활용하더라”며 “WBC 대표팀 선수를 발탁할 때 성적도 성적이지만 누가 (대회 시점에) 컨디션이 좋은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말로 문동주의 발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승리 요건이 걸린 5회에도 차분하게 투구하는 멘탈적인 부분도 높이 평가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도 문동주의 국가대표 승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문동주는 의심의 여지없이 국가대표급 투수다. 한국은 나이를 따지는 문화가 있는데 나이를 빼고 보면 문동주는 국가대표에 들어가야 한다. 내가 한화 감독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분명 대표팀 선수가 될 자질이 있다”고 인정했다.
미국 마이너리그 감독 15년, 메이저리그 코치 4년을 경험한 수베로 감독은 “지금까지 감독, 코치를 하면서 다양한 국적의 많은 선수들과 함께했는데 그 중에서도 문동주가 단연 최고다. 야구 지능이 뛰어나고, 마인드가 그 나이대 선수라곤 믿기지 않는 수준이다”며 “SSG전에서 상대가 1위를 확정하기 위한 경기였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공을 뿌리는 데 집중했다. 경기 초반 맞아나간 부분을 인정하고 계획을 수정하는 모습에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베로 감독은 “문동주처럼 모든 능력을 종합적으로 갖춘 만 18살 투수는 처음 봤다. 좌우 타자 가리지 않는 체인지업에 포심 패스트볼, 커브, 슬라이더 그리고 투심까지 5가지 구종을 모두 잘 던진다”며 “멘탈이 정말 남다르다. 아예 찾아 보기 힘든 유형으로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실행으로 옮길 줄 안다. 겸손하기까지 하다”고 칭찬했다.
주변에서 칭찬이 자자하지만 그럴수록 문동주는 자세를 낮춘다. 국가대표에 대해서도 문동주는 “그런 얘기를 듣긴 했는데 제가 어떻게 말할 수 없다. 아직 그 정도 투수는 아닌데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문동주의 성적은 13경기(28⅔이닝) 1승3패2홀드 평균자책점 5.65 탈삼진 36개. 두 번의 부상으로 실전보다 재활 기간이 길었다. 지난 3월 내복사근 미세 손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었고, 5월 1군 데뷔 후 한 달 만에 견갑하근 부분 파열 및 혈종 진단을 받아 재이탈했다. 이때 두 달가량 휴식과 재활을 거쳐 선발로 빌드업했다. 8월 중순부터 퓨처스리그 4차례 등판을 거쳐 시즌 막판 1군 선발로 3경기를 던졌다.
3경기 모두 5이닝씩 소화하며 15이닝 20탈삼진 평균자책점 3.00으로 잠재력을 뽐냈다. 최고 구속을 158km까지 끌어올렸고, 변화구 커브와 슬라이더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고교 시절 주무기였던 스플리터는 손톱이 자주 깨지는 바람에 많이 던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 레퍼토리만으로도 충분히 타자를 압도할 수 있다. 좋은 흐름 속에 시즌을 마무리한 문동주는 17일부터 1군이 아닌 퓨처스 팀 마무리캠프에 합류, 컨디셔닝과 함께 유망주들이 참가하는 교육리그에서 2~3경기 실전 등판을 이어가며 내년을 준비한다. /waw@osen.co.kr